미국 망명 신청 역대 최다…‘트럼프 이민자 추방정책’ 폐지 여부 논란

최서은 기자
미국-멕시코 국경 울타리 틈에 26일(현지시간) 망명 신청자들이 줄을 섰다. AF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미국-멕시코 국경 울타리 틈에 26일(현지시간) 망명 신청자들이 줄을 섰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입했던 불법 이민자 추방정책의 폐지를 고심하는 가운데 미국에 계류 중인 망명 신청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미국 이민법원과 이민국(USCIS)에 계류된 망명 신청이 역대 최다인 160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CNN 등이 보도했다. 이 가운데 이민법원에서 아직 처리하지 않은 망명 신청은 78만 건 이상으로 2012년 회계연도 10만 건보다 7배 증가했다.

망명 신청자들은 219개 국가 출신으로 과테말라, 베네수엘라, 멕시코, 쿠바, 브라질 등 중남미 출신이 가장 많았고, 입국 신청자 10명 가운데 3명은 18세 이하 어린이다. 이들은 관계 당국이 망명 허용 여부를 심사하는 인터뷰를 할 때까지 평균적으로 4.3년 정도 기다렸다.

현재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이민자의 망명 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바로 즉시 강제로 추방할 수 있게 하는 ‘타이틀42’ 정책의 폐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1일까지 이 정책을 폐지라하는 법원 판결을 따를 예정이었으나, 대법원이 공화당 소속 주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심의에 착수하면서 당분간 정책을 유지하라고 명령해 폐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이민자들을 자국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타이틀42가 즉시 폐지되지 않자 비판이 나왔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타이틀42를 두고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정책이다. 광기를 멈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은 타이틀42가 폐지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지난달 연방 법원은 타이틀42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망명 신청을 차단하기 위해 “임의적이고 변덕스러우며 행정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연방항소법원 역시 지난 16일 공화당 주도의 19개 주에서 신청한 타이틀42 종료 중단 요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결국 타이틀42 종료가 연기됐다.

타이틀42 종료 예정일을 앞두고 미국 국경에는 중남미 출신 이주민들이 수주 전부터 몰려들었다. 아르헨티나 통신사 텔람에 따르면 타이틀42가 만료되기 전 이미 수백명의 이민자들이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서 망명 요청을 기다렸다. 이들은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지난 11일부터 길게 줄을 서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다시 망명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책이 계속 유지된 탓에 입국을 시도하지 못하고 국경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상황이다. 비정부기구(NGO) 인권을 위한 국경 네트워크의 페르난도 가르시아는 “우리는 매우 춥고 음식도 없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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