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ICJ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합법성 판단 요청…이스라엘 새 극우 내각에 반아랍 노선 중단 압박

박효재 기자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 점령의 합법성에 대한 의견을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유엔본부|AP연합뉴스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 점령의 합법성에 대한 의견을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유엔본부|AP연합뉴스

유엔이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법적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역사상 가장 극우 성향 내각이 들어선 이스라엘의 반아랍 강경 노선에 국제사회가 제동을 건 것이다.

유엔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총회에서 찬성 87표, 반대 26표로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53개국은 기권했으며 미국과 영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유엔 총회 결의는 회원국 지위 변동 같은 중대 사안을 제외하면 통상 표결 참여 인원 중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유엔은 또 예루살렘의 인구 구성, 특성 및 지위를 변경하기 위한 이스라엘 조치의 합법성에 대해서도 ICJ에 의견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차지했다. 이후 이 지역에 국제법상 불법인 유대인 정착촌을 140여개 건설했다. 현재 약 60만명의 유대인이 이 지역 정착촌에 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주민과 유대인 간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ICJ가 양측 분쟁 관련한 합법성 판단 요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법원은 2004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지역에 세운 분리장벽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즉각 건설 중단을 요청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자국 주민들을 팔레스타인 테러범들로부터 지키기 위한 보안 조치라며 판결을 무시했다.

유엔은 이날 다시 한번 이스라엘에 ICJ의 과거 판결을 따라 장벽 건설을 중단하고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장벽 건설로 인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과 생활 환경 악화에 대한 피해 배상도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ICJ의 판결은 강제력은 없지만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엔의 이번 결의안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대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극우 시오니즘 정당과 초정통파 유대 정당을 대거 규합하며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에 복귀한 바로 다음 날 채택됐다. 네타냐후 내각이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 동예루살렘 병합, 가자지구 봉쇄 강화 등을 강행하지 못하도록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전날인 지난달 28일 새 내각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땅의 모든 지역에 대한 독점적이고 의심할 여지 없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했다. 유엔 표결 다음날인 지난달 31일에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유엔이 ‘비열한 짓’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향후 국제사회 여론이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쪽으로 쏠릴지는 지켜볼 문제다. 이스라엘이 막강한 로비력을 동원해 회원국들의 여론을 유리하게 몰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의 외교 당국자는 AP와 인터뷰에서 퇴임한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전 총리가 각국 지도자들 60여명과 직접 접촉했다고 전했다. 영국 유엔 대표단은 표결 직후 양국 분쟁 사안을 ICJ에 회부하는 것이 당사국들을 대화로 복귀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ICJ는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앞으로 몇 달 간 다수 회원국으로부터 의견을 구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유엔에서 비회원 옵서버 국가 지위를 가진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상을 회피하고 합의를 강요하기 위해 유엔을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옵서버 국가는 의결권은 없지만, 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유엔 기구에서 활동할 수 있어 사실상 회원국 지위를 갖는다.

팔레스타인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전 집권기에 유대인 정착촌이 확대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 내각의 평화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양측의 실질적인 평화회담은 네타냐후 총리 2차 집권기 첫해인 2009년을 마지막으로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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