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돌아온 룰라, 보우소나루 겨냥 “무너진 브라질 재건”

정원식 기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가운데)이 1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취임 선서를 마친 후 내빈들과 함께 대통령궁 앞을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가운데)이 1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취임 선서를 마친 후 내빈들과 함께 대통령궁 앞을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년 만에 대통령직에 복귀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무너진 브라질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폴랴지상파울루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취임 선서를 마친 뒤 연설을 통해 “이 나라가 구축해온 권리, 주권, 발전의 위대한 유산이 최근 몇 년 동안 체계적으로 파괴됐다”면서 “브라질에 희망과 재건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3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두 차례 브라질 대통령을 지낸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10월30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1.8%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신승했다. 브라질 역사에서 3선 대통령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룰라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발생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가벼운 감기”라고 표현하는 등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약 70만명에 이른다.

그는 “국가를 개인과 이데올로기에 복종시키려 했던 이들에 대해 일체의 복수심을 품고 있지 않지만 법의 지배를 확립할 것”이라면서 “실수를 저지른 이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가장 시급한 일은 국가적 파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피해자인 3300만명의 굶주린 살마들과 1억명의 가난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라면서 빈곤 퇴치와 불평등 해소를 약속했다. 또 경제 발전과 탄소배출 제로 달성, 민주주의 수호를 약속했다.

가디언은 “룰라 대통령은 이날 30분간의 연설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집권 4년간 발생한 피해와 관련해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룰라 대통령 부부는 제라우두 아우키밍 부통령 부부와 1952년형 롤스로이스 오픈카를 타고 취임식장인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했다. 룰라 대통령 지지자 수십만명은 여당인 노동자당의 진홍색 깃발과 “사랑이 증오를 정복하리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흔들며 환호했다.

이날 취임식은 지난달 24일 브라질리아 공항 인근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의 테러 시도가 발각돼 경계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오픈카 이동시에 수천명이 경호원 수천명이 동원됐고 거리에는 군과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이날 칼과 화약을 소지한 한 남성이 현장에서 체포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브라질 정부는 취임식 안전을 위해 2일까지 총기 및 화약 소지 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1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취임식을 보기 위해 극회의사당 밖에 지지자들이 운집해 있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취임식을 보기 위해 극회의사당 밖에 지지자들이 운집해 있다. AFP연합뉴스

취임식의 하이라이트인 대통령 띠 전달식에는 원주민, 어린이, 흑인 여성, 장애인이 참석했다. 이는 룰라 정부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전통적으로 대통령 띠는 직전 대통령이 새 대통령에게 건네는 것이 관례였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전임 대통령이 새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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