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수방위’ 허물고 미와 나란히…‘72년 동맹’ 대전환

박용하 기자

북핵 위기·중국 급부상 계기

군사 역할 확대 등 관계 변화

‘안보 의존’서 ‘실리 협력’ 구도

일본 ‘전수방위’ 허물고 미와 나란히…‘72년 동맹’ 대전환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은 일본이 지난해 말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를 천명한 뒤 미국과의 첫 고위급 회담이란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이를 계기로 반격 능력의 실제적 운용을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방위협력지침 개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을 전제로 하던 미·일 동맹의 성격이 근본적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1952년 미·일 간 첫 안보조약이 발효됐을 당시만 해도 미·일 안보동맹에서 일본의 공간은 협소했다. 일본의 역할은 자국의 안보를 책임져주는 미국에 필요한 영토와 시설을 제공하는 것에 한정됐다. 1960년 기시 노부스케 총리의 의지에 따라 미·일 안보조약이 개정되면서 일본이 공격을 받을 경우 ‘미·일이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미국의 ‘방위 의무’가 명문화됐다. 미·일 공동방위를 의무화해 일본의 재무장을 더 적극 추진하는 내용이다. 개정 안보조약도 실제 공격을 당할 경우 구체적인 역할 분담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양국은 미·일 안보조약을 토대로 1978년 미군과 자위대의 역할 분담을 규정한 방위협력지침을 제정했다. 이때도 일본 영토가 직접 침략당하는 경우 이외에는 미·일의 구체적인 역할 분담을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는 일본에 군사적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줬다. 냉전이 끝나면서 옛 소련 봉쇄전략에서 아시아에서의 잠재적 위협을 억제하는 쪽으로 미국의 전략 방향이 전환된 것이다. 특히 1993년 1차 북핵 위기를 계기로 미·일은 한반도에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본이 미국을 도와 어떤 역할을 할지 명확히 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일본의 역할 변화가 모색되기 시작했고, 1997년 방위협력지침이 처음 개정됐다.

방위협력지침 첫 개정안은 일본 영토가 직접 침략당하는 경우 이외에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할 상황을 ‘주변 사태’라 정의하고 일본의 구체적인 역할을 명시했다. 이 지침에 따라 자위대는 한반도나 대만해협 등 일본 주변 국가 유사시 미군에 대한 병참 보급이나 정보 지원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평화헌법의 무력화와 연결돼 있어 한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을 불렀다. 일본 정부는 전투행위가 이뤄지지 않는 ‘후방지역’이란 개념을 고안해 평화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001년 9·11테러 등을 거치며 확장일로를 걸어온 미·일 협력은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진 2010년대 들어 또 한번 변화를 맞았다. 중국 경제 규모가 세계 2위로 올라서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영토분쟁으로 지역 내 안보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2015년 중국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방위협력지침을 다시 한번 개정해 자위대의 연합작전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전수방위 원칙은 지난해 말 일본 정부가 ‘반격 능력’을 3대 안보 문서에 명문화하며 완전히 허물어졌다. 방위협력지침의 세 번째 개정도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양국이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을 확정하면, 70여년간 이어져온 미·일 동맹의 성격은 대전환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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