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다음달 7~8일 방한 유력···이번엔 과거사 사죄 등 ‘성의 있는 호응’ 할까

이윤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달 초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일본 주요매체들이 30일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지난달 16∼17일 일본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한일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을 발표한 데 대해 아직 일본 정부가 ‘성의 있는 호응’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을 통해 과거사 반성·사죄 등을 언급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기시다 총리의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이 5월 7∼8일 실현되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기시다 총리가 5월 초순에 방한해 윤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당초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나고 올해 여름 이후 답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조기 방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는 “윤 대통령의 지난달 방일 때 한일 정상이 합의한 ‘셔틀 외교’가 본격 가동된다는 의미도 있다”면서 “한일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윤 대통령에 부응하고, 양국 관계 재건을 가속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 차원에서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의 방한이 마지막이었다. 셔틀 외교가 다시 가동되는 것은 12년 7개월 만이 된다. 일본 총리의 마지막 방한은 2018년 2월 고 아베 신조 당시 총리(1954∼2022)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한·미·일 3국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G7 정상회의를 앞둔 5월 초순 한국을 방문하려는 배경에는 동맹국인 미국이 중시하는 한일 결속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미국의 의향도 방한의 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한미일의 결속을 주도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때도 한미일 협력을 강조했다. 요미우리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회담하게 되면 한미일 및 한일 안보 협력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강화 등 경제안보 분야 협력도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방한 일정 동안 기시다 총리가 과거 식민지배 역사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언급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6일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호응해 1998년에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담겨 있는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 등의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한국 정부가 먼저 한 발 양보했음에도 일본이 이에 상응하는 ‘성의 있는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요미우리는 “한일 관계는 정상화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한국에서는 해결책에 대한 반발이 뿌리깊다”고 전했고, 아사히신문은 “한국 내에선 일본 측의 명확한 사죄가 없다는 비판이 있어 이번 회담에서도 총리가 어떻게 말할지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극우 성향 정당인 ‘일본유신회’의 지지율이 높아지며 자민당 위기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극우 보수지지 세력을 자극할 만한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총리는 자민당 보수파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한국 측의 요청(성의 있는 호응)에 응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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