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르완다로 난민 강제 이송 확정…인권단체 “비인도적”

정원식 기자

‘르완다 안전법’ 의회 최종 통과…이르면 7월부터 이송

“안전 우려” 대법 판결 우회…유엔난민기구 “재고하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으로 입국하는 불법 이주민을 6400㎞ 떨어진 아프리카 르완다로 강제 이송하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던 영국 정부의 ‘르완다 정책’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영국은 이르면 7월부터 불법 이주민들의 르완다 이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권단체들은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반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밤 ‘르완다 안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르완다 안전법은 지난 1월17일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이 수정안을 의결해 하원으로 돌려보내면 하원이 이를 다시 무효화하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되며 처리가 지연됐다. 상원은 이날 비선출직인 상원보다 선출직인 하원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법안을 돌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르완다 안전법은 23일 왕의 재가를 받아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영국은 소형 보트를 타고 밀입국하는 아프리카·중동·아시아 이주민들이 늘어나자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인 2022년 ‘르완다 정책’을 발표했다. 르완다 정책은 불법 입국하는 이주민들에 대한 난민 심사를 르완다에서 시행하고 난민 자격을 인정받더라도 르완다에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르완다와 협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르완다 정부에 수억파운드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은 르완다 정책이 비인도적이라며 비판했다. 영국 법원도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11월 영국 대법원은 르완다가 난민들을 보내기에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면서 르완다 정책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유럽인권재판소도 지난 1월 르완다 정책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의회 문턱을 넘은 르완다 안전법은 르완다가 안전한 국가라는 선언을 법률로 못 박음으로써 르완다 정책에 대한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우회하기 위한 것이다.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형 보트를 막기 위한 우리의 계획에서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리시 수낵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르완다로 가는 첫 항공편이 10~12주 이내에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내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영국 정부는 7월에 르완다로 보낼 불법 이주민들에 대한 신상파악을 끝낸 상태라고 전했다.

국제구조위원회(IRC) 영국 지부는 “난민들을 르완다로 보내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쓸데없이 잔인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 접근”이라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는 영국이 “위험한 선례를 세웠다”면서 난민을 르완다로 추방하려는 계획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르완다 정책이 올가을 총선을 앞둔 보수당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국제법과 인권법의 수호자라는 영국의 명성에는 오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올해 2월 기준으로 르완다에 2억2200만파운드(약 3742억원)를 지급하는 등 2026년까지 최소 3억7000만파운드(약 6302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가디언은 그러나 내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비용에 상응하는 난민 억지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유럽은 최근 이주민들에 장벽을 높이는 추세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 알바니아와 협약을 맺고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난민들에 대한 난민 심사와 송환 작업을 알바니아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의회도 지난 10일 유럽으로 오는 난민에 관한 규제를 강화한 ‘신(新)이민·난민 협정’을 가결했다. 오스트리아도 영국처럼 난민 신청자들을 제3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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