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들의 암투 역사가 묻어난다

▲올빼미의 성(전 2권)/ 시바 료타로|창해‘음모, 배신, 암투, 암살, 권력, 돈.’

추려본 이 소설의 핵심 단어들이다. 이야기를 꾸리기 쉬운 소재인데, 그만큼 식상해질 위험도 높다. 게다가 일본의 닌자(忍者)들이 서사의 뼈대라는 점에서 한가한 무협소설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병풍으로 둘렀다는 점을 놓쳐선 안된다. 무엇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활동하던 시절의 일본을 무대로 했다는 점이 우리로선 흥밋거리다.

역작 ‘언덕 위의 구름’을 남긴 역사 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작품이란 사실 또한 이 소설의 주요 포인트다. 그는 소설마다 ‘트럭 한대 분의 자료를 갖고 글을 쓴다’고 할 만큼 철저한 고증으로 명성을 쌓은 사람이다.

시대적 배경은 일본 전국시대 말기. 전쟁으로 날을 새던 일본 열도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등장으로 혼란이 수습된다. 그러나 권력 암투는 그칠 줄 모른다. 정적을 몰래 죽이려는 음모가 판을 쳤다. 그 음모의 수행자는 ‘어둠의 존재’ 닌자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먼저 이런 닌자들을 제거하고자 했다. 영주 한 사람에게 충성하는 무사와 달리, 의뢰자의 요청에 따라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닌자에 대해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낀 탓이다.

그는 군대를 동원해 닌자들의 본거지를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이 책의 주인공이며 최고의 닌자로 꼽히는 쓰즈라 주조(葛籠重藏)의 가족도 몰살된다. 그 후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천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것이 된다. 사카이의 거상 이마이 쇼큐(今井宗久)는 도요토미의 등장으로 자신의 이권이 줄어들자 닌자를 이용해 그의 암살을 꾀한다. 이 ‘일거리’는 쓰즈라 주조의 스승 지로자에몬을 통해 쓰즈라에게 맡겨진다.

한때 쓰즈라와 동료 닌자였으나 무사로 돌아선 가자마 고헤이(風間五平)는 도요토미를 암살하려는 그를 붙잡아 공을 세우려 한다. 이 둘 외에도 두 여자 닌자가 이야기 속에 끼어들고 이들 간의 사랑과 갈등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쓰즈라는 도요토미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결국 포기한다. 낮에는 천하를 호령하지만 밤에는 늙고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도요토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꾼 것이다. 암살을 포기하고 도주하던 쓰즈라는 가자마와 숙명적인 대결을 벌이게 된다. 쓰즈라는 탈출하지만 가자마는 오히려 닌자로 몰려 처형당한다.

책 제목의 ‘올빼미’는 암호다. 검(劍)의 살기가 번득이는 일본의 닌자들을 그렇게 불렀다. 저자는 닌자를 통해 역사의 이면을 풍자하고 있다. 임진왜란이 한창일 때 일본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1959년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이 소설은 일본 사회에 닌자 붐을 일으켰다고 한다. 김성기 옮김. 각권 9,000원

〈조장래기자 jo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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