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힘] 왜 젓가락질 예찬인가

젓가락질이 왜 좋은가. 과학자들은 손재주를 기르고 두뇌가 발달하는 데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따로 연습 시간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그냥 하루 세끼 밥을 먹으면서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젓가락질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우리의 손도 무뎌지고 있다.

◇젓가락질, 손, 두뇌=젓가락은 동양 쌀 문화권에만 있다. 한국·일본·중국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젓가락질엔 60여개의 근육과 30여개의 관절이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뒤늦게 배우려면 손과 팔이 뻐근할 정도로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포크는 사용 근육이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쇠젓가락은 무거우면서도 가늘다. 자연히 다른 나라보다 더 정교하고 힘있는 손놀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또 젓가락질은 뇌의 발달에 직결된다는 게 학자들의 말이다. 손의 잦은 사용은 뇌의 두정엽을 자극해 발달을 돕고 나이 들어서는 노화와 치매를 막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서울대의대 서유헌 교수는 “뇌의 신경회로가 가장 빨리 발달하는 3~6살 때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치면 지능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연히 눈과 손의 협응력(協應力)도 좋아진다. 과학자들이 실험에서 시약을 필요한 양만 뽑아내 빨리, 정확한 곳에 떨어트릴 수 있는 것도 그 산물이다.

◇무뎌지는 손=우리의 식탁에 포크가 자리한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났다. 스푼의 앞 부분을 포크처럼 만든 군대의 포크스푼이라는 것까지 일반화됐다. 젓가락을 쓰더라도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는 어른들도 많다. 라면이나 국수를 젓가락으로 둘둘 말아 먹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대림대학 김필수 교수가 지난해 수도권 성인들을 조사한 결과 38%만 젓가락을 제대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도 애써 배우려 하지 않고 부모들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아 더 문제다. 당장의 편리성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확산되는 외국의 음식문화가 젓가락질을 밀어낼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게 걱정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연히 손도 무뎌지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30년 가깝도록 기능올림픽을 휩쓸고 있지만 갈수록 힘들다는 게 공고 교사들의 증언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종목별 1등인 금상을 22개나 차지하는 등 최고를 기록했지만 2003년엔 11개로 줄어드는 등 위세가 수그러들었다. 기능이나 기술에 대한 괄시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외면하는 까닭이 크지만 젓가락질의 경시도 한 이유다.

기능올림픽 선수단을 가르친 이무룡씨(CNC선반·현대중공업 근무)는 “선수들의 숙련도와 정밀도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다”면서 “기계가 정밀화·자동화되면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머리를 함께 갖춰야 뛰어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손재주의 퇴색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윤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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