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게스 후?

- 피부색이 다른 장인·사위의 가벼운 코미디 -

월 스트리트의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 사이몬(애쉬튼 커처)은 사장과의 불화로 회사를 그만둔다. 더구나 이날은 결혼을 약속한 테레사(조 살다나)의 부모님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가기로 한 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넘어야 할 큰 산이 하나 더 있다. 자신이 백인이라는 사실을 여자 집에서 모르고 있다. 장인 펄시(버니 맥)는 펄쩍 뛰면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백인사위는 집안에 들일 수 없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렇지만 결국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는 처지가 되고 만다. 사사건건 훼방에 틈만 나면 딴죽걸기 일쑤인 두 사람은 어느새 상대를 이해하고 알아가게 된다.

[영화리뷰] 게스 후?

흑인 여자와 백인 남자의 결혼, 그리고 장인의 결사반대. 이런 생뚱맞고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시작한 유머는 주변의 농담까지 더해지면서 유쾌한 웃음을 풍부하게 만든다. 힘세고 반듯한 직장을 가진 흑인사위를 보기 원하던 펄시는 부실하고 백수인 백인을 맞아들인다. 억장이 무너지고 당장이라고 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사이몬 역시 장인의 장단에 헷갈려하며 인정을 받지 못할까 좌불안석이다.

‘게스 후’(Guess Who)의 웃음은 개인기에 기댄 슬랩스틱 코미디보다는 시트콤과 연속극의 형식에서 빌려 온 상황극에 기인한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티격태격 싸우는 장면이 불쾌하다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선택된 캐릭터의 수준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킨다. 특히 버니 맥의 다양한 표정 연기와 익살스러운 수다는 영화의 웃음을 배가시킨다.

[영화리뷰] 게스 후?

영화는 두 명의 남자에게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지어 웹 사이트에서는 여자들의 캐릭터에 대한 언급조차 없을 정도다. 앙숙이 되어 으르렁거리지만 우린 그들이 곧 서로를 인정하고 화해하리라는 걸 짐작한다.

제목의 암시에도 불구하고 ‘게스 후?’는 ‘초대받지 않는 손님’(1967)의 리메이크는 아니다. 딸이 피부색이 다른 애인을 데리고 왔다는 기본 설정(‘초대받지 않는 손님’에서는 백인 딸이 흑인 애인을 데리고 옴)은 빌려왔지만 상황을 풀어나가는 전개에서는 유사성이 거의 없다. 67년작이 멜로드라마였다면 ‘게스 후’는 개인기에 기댄 슬랩스틱 코미디다. 인종문제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지만 유머를 위해 진지한 시점을 설명하는 것보다 부가적으로 취급한다. 오히려 ‘미트 페어런츠’(2000)와 코드가 가깝다.

‘게스 후?’같은 영화를 따지고,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인종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결국 타인종간의 결혼을 반대하며 아직도 존재하는 인종문화의 성향에 의거한다. 영화는 약간의 웃음을 제공하고 약간의 미소를 유발한다. 그러나 더 미묘한 무언가를 만족시킬만한 명백한 유머없이 감성적인 메시지에 기댄다. 그것은 볼만한 가치가 있는 두 남자의 캐릭터가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상영시간 97분. 9월 2일 개봉.

<미디어칸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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