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 찾은 日감독 아오야마 신지

서울독립영화제 찾은 日감독 아오야마 신지

“…잔혹하고 우스꽝스러운, 그 예측불가능한 우연을 이야기해왔습니다. 이는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재주가 없는 가련한 영화의 수인(囚人)일까요?”

아오야마 신지(靑山眞治·39·사진) 감독이 9일 개막, 16일까지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2005(siff.or.kr)에 마련된 특별전에 밝힌 인사말이다. 일본 포스트 뉴웨이브 감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그를 11일 CGV상암에서 만났다.

-‘영화의 수인’이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창작의 고통과 기쁨을 말한다. 실험적이든 고전적이든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면의 것을 끌어내는 작업이 고통이자 기쁨이다.”

-방한·특별전 참가 소감은.

“2003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태어났다. 한국에 친근감을 갖고 있다. 한류 붐을 일으킨 한국의 최대 독립영화제에 초청받아 기쁘다.”

이번 특별전 상영작은 ‘헬프리스’(1996) ‘와일드 라이프’(97) ‘차가운 피’(97) ‘유레카’(2001) ‘달의 사막’(03) ‘처마 밑의 부랑아처럼-디지털 3인3색’(03)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05) 등. 이 가운데 ‘유레카’와 ‘달의…’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엘리…’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그는 구로사와 기요시·프리드릭 소 프리드릭슨·다니엘 슈미트의 조감독을 거쳐 95년 ‘교과서엔 없다’로 데뷔, 이제까지 20여편을 연출했다. 그의 영화 중 한국 극장에서 개봉된 작품은 ‘쉐이디 글로브’(99). 그는 “여주인공이 한국에서 영화를 보고 갖다준 티켓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이번 관객과의 대화 때 지적인 질문을 많이 받으면서 한국 관객들이 일본보다 공부를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 내용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유레카’(사진 위),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유레카’(사진 위),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내 영화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끌어내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95년에 89년 이후, 2000년대에 95년 전후 상황을 그렸다. 2001년의 ‘9·11’은 89년의 연장선에 있다. 앞으로 89년 이전을 그릴는지 모른다.”

냉전시대 종식을 알리는 베를린장벽이 89년 붕괴됐다. 95년 일본에선 거품경제 붕괴, 옴교 가스 테러사건, 한신 대지진이 잇따랐다. 아오야마는 95년 이른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상황을 배경으로 ‘주변인’들이 겪는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을 해왔다.

-소재를 어디에서 찾나.

“24시간 내내 영화만 생각한다. 일상과 기억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영화로 만들고 싶은 소재와 주제를 발견, 그것을 역사나 지식과 결부시킨다.”

-독립영화를 하는 어려움은.

“경험이 쌓여 이제는 주어진 예산에 맞춰 영화를 만들 자신이 있다. 그런데 그 예산마저 없으면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이 힘들다. 최루영화도 잘 만들 자신이 있다. 직접묘사보다 간접적 표현으로도 관객을 울릴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관객에게 다가가겠지만 관객들도 다가와 주었으면 좋겠다.”

고교시절 록밴드 활동을 했고 릿쿄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일본의 역사왜곡을 강력하게 비판한, 저명 영화평론가이자 도쿄대 전 총장 하스미 시게이코의 제자. 그는 “강의를 따라가려면 연간 100편 이상의 영화를 봐야 했는데 당시 나는 300~400편을 봤다”며 “영화에 걸린 최면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폴라·고다르 등의 영화를 칸에서 보면서 영상만큼이나 음향이 중요하고, 영화는 머리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요즘 12번째 장편 ‘귀뚜라미’를 만들고 있다”며 “어른들의 미스터리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12일 출국했다.

〈글 배장수·사진 권호욱기자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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