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

- 톡톡 튀는 재미보다 상투성을 택한 로맨스 -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Failure to Launch)’는 우리에게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 다른 로맨틱 코미디처럼 규칙은 단순하다. 걸작이나 영원한 고전을 만드는 것이 아니므로 찰나의 맛과 공상만을 제공한다. 규칙을 무시하거나 왜 그들이 사랑에 빠졌는가를 이해하려 하면 골치 아프다. 별 생각 없이 즐기는 것이 사고에 편하다.

[영화리뷰]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

트립(매튜 매커너히)은 35살의 노총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에게 얹혀산다. 부모는 집에서 몰아내려 하지만 그는 죽자고 나가기 싫어한다. 타고난 바람둥이인 트립은 사귀던 여자가 싫증나면 집으로 데리고 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밝혀 떼어놓는다. 결국 부모는 아들을 독립시키기 위해 연애심리 치료사 폴라(사라 제시카 파커)를 고용한다. 그녀의 계획은 간단하다. “자신을 멋지게 보이게 하고, 그가 좋아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을 좋아하는 척한다. 환심을 산 뒤 독립의 자신감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둘은 서로에게 급격하게 빠져들고 당초의 계획은 뒤틀리고 만다.

영화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수순을 밟는다. 직장, 외모, 유머, 매너까지 트립은 완벽한 일등신랑감이자 현대 ‘캥거루족’의 형태를 띤다. 그의 가장 큰 단점은 자신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 그는 시간만 나면 친구들과 MTB, 서바이벌 게임, 암벽 등반, 서핑 등 온갖 레포츠를 즐긴다. 여기에 여자친구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부모의 곁을 떠나는 못하는 이유도,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실상은 구속하는 생활양식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트립은 연애가 길어지면 재미와 스릴이 없다는 핑계로 플러그 빼듯이 남녀관계를 끊는다.

[영화리뷰]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

집에서 나가지 않으려는 아들과 어떻게 해서든지 독립시키고 노년의 자유를 만끽하려는 부모의 옥식각신, 폴라와의 로맨스, 그리고 친구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이상한(?) 도움까지. 갈등과 오해, 그리고 화해의 로맨틱 코미디 공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한술 떠 남자가 혼자 살지 않으려고 하는 슬픈 과거까지 얽히면서 상투성을 떨쳐내지 못한다.

트랩과 폴라의 이야기는 난리법석을 떠는 희극과 더불어 짧은 실행시간과 캐릭터를 지원하는 재미없는 익살에 덧댈 정도로 얇다. 그들이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일련의 과정은 특별한 인연을 갖기 어렵다. 스토리상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제시에 불과하다. 별도로 매커너히와 파커는 이 영화에서 좋게 보인다. 긴장을 풀게 만드는 매커너히의 섹시함과 파커의 밝은 미소는 안간힘을 쓰며 중심을 지탱하지만 식상함을 가져오는 빈약한 상상력을 메우지는 못한다. 15세이상 관람가. 7일 개봉.

<미디어칸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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