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굿 캅, 배드 캅

할리우드 영화에는 경찰이 단골로 등장한다. 평범한 뉴욕 경찰 브루스 윌리스가 천신만고 끝에 큰 사건을 해결한다는 스토리의 ‘다이 하드’ 시리즈나 멜 깁슨이 LA 경찰로 활약하는 ‘리셀 웨폰’ 시리즈, 에디 머피가 디트로이트 경찰로 나오는 ‘비버리힐스 캅’ 시리즈 등 경찰 영화는 무궁무진하다.

[여적] 굿 캅, 배드 캅

선의로 무장한 주인공들은 불굴의 투지로 악당과 싸워 이긴다. 따라서 스토리가 권선징악(勸善懲惡) 구조이며 결말도 해피엔딩 일색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캅 랜드’는 마피아를 방불케 하는 경찰의 부패와 비리를 고발한 영화다. 이렇게 할리우드 영화는 주인공의 성격에 따라 ‘굿 캅(good cop·좋은 경찰)’과 ‘배드 캅(bad cop·나쁜 경찰)’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현실 국제 관계에서 미국은 ‘굿 캅’인가, ‘배드 캅’인가. 대답은 미국이 인권과 자유·민주를 내세우면서 ‘굿 캅’을 자임하고 있지만 갈수록 ‘배드 캅’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터키, 인도, 파키스탄 등 7개국에서는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하는 것이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이나 북한 정부보다 세계평화에 가장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여론조사전문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최근 세계 15개국 1만6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라크 침공 이후 반미의식 확산은 전세계적 현상이지만 미군의 이라크 주둔에 대한 여론이 이렇게 나쁠지는 몰랐다.

그러나 이 ‘배드 캅’은 이같이 따가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라크 개입의 정당성을 외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이 문제는 “미국은 어찌할 수 없는 존재”라는 체념 외에도 미국에 대한 ‘애증의 교차’라는 측면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제3세계 국가들의 중산층은 미국식 소비와 여가 생활을 열렬히 추구한다.

맥도널드 햄버거를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상징이라고 비난하지만 그곳은 젊은이들로 넘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이런 애증의 교차는 미국이 ‘굿 캅’인지 ‘배드 캅’인지 헷갈리게 하는 요소다.

〈김철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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