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듀서스’ 화려한 무대… 발랄한 풍자

[영화]‘프로듀서스’ 화려한 무대… 발랄한 풍자

프로듀서스★★★

감독: 수잔 스트로맨(영화 데뷔작)

출연: 매튜 브로데릭·나단 레인·우마 서먼·윌 페렐

26일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단관개봉하는 영화 ‘프로듀서스’의 계보는 복잡하다. 신인 멜 브룩스 감독은 데뷔작 ‘프로듀서스’(1968)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쥔 뒤 패러디 영화의 귀재로 군림했고, 영화는 2001년 동명 뮤지컬로 제작돼 토니상 12개 부문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뮤지컬이 다시 2005년 영화로 만들어졌으니 ‘코미디 영화→뮤지컬→뮤지컬 영화’라는 경로를 거친 셈이다. 2005년작 영화 ‘프로듀서스’에 제작자(프로듀서)로 참여한 멜 브룩스는 “이제 다음 차례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스’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농을 던진다.

줄거리는 이렇다. 한때 잘 나갔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프로듀서 맥스는 돈 많은 할머니들을 유혹해 제작비를 얻어내며 근근이 살아가는 신세다. 그의 사무실을 찾은 회계사 레오는 장부를 정리하다가 공연이 금세 망하면 제작비를 오히려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맥스는 레오를 공연계로 끌어들이고, 둘은 최악의 대본, 최악의 연출, 최악의 배우를 구해 하루 만에 망할 공연을 만들려 한다. 우여곡절끝에 모든 게 엉망인 뮤지컬 ‘히틀러의 봄’이 무대에 오르지만, 평단과 관객은 오히려 작품에 열광한다.

근간은 풍자다. 화려한 무대 뒤편에 숨은 부도덕한 제작자들, 무대의 불빛에 부나비처럼 현혹되는 배우들, 어리석은 평단과 관객이 도마에 오르고, 시대착오적인 파시즘도 조롱의 칼을 맞는다. ‘록키 호러 픽쳐쇼’ ‘헤드윅’ 등의 컬트적인 뮤지컬 영화에서 맛봤던 퀴어영화(동성애, 양성애 등을 다룬 영화)의 요소들도 영리하게 배치됐다.

[영화]‘프로듀서스’ 화려한 무대… 발랄한 풍자

그러나 공연계에 대한 제작자의 시선은 양면적이다. 브로드웨이는 온갖 협잡과 사기가 난무하는 곳이지만, 지루한 일상을 날려버릴 꿈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똑같은 옷을 입고 기계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수십명의 회계사들이 줄을 맞춰 앉은 가운데 레오가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I wanna be a producer)’라고 노래하는 장면은 영화 전반부의 하이라이트다.

갈색 서랍은 순식간에 계단식 무대로 변하고, 은색 반짝이 옷을 입은 무희가 레오 주위에서 노래한다. 뮤지컬이 극중극인 ‘히틀러의 봄’을 통해 파시즘에 대한 풍자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화에선 프로듀서를 갈망하는 회계사의 꿈이 돋보인다. 달리 말하면 영화는 후반보다 초반이 더 재미있다는 뜻이다.

뮤지컬 ‘프로듀서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매튜 브로데릭과 나단 레인은 역시 뮤지컬 ‘프로듀서스’ 연출자였던 수잔 스트로맨과 함께 뮤지컬의 영화 이식에 절반쯤 성공했다. 우마 서먼, 윌 페렐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영화에 가세해 몫을 다한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참을성을 발휘하는 관객은 재치있는 커튼콜을 볼 수 있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주인공과 댄서들이 앙코르송 2곡을 부르고, 원작자 멜 브룩스가 노구를 이끌고 관객에게 인사를 전한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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