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사쿠란’

- 사랑에 버림받은 ‘팜므파탈’ 오이란의 숙명 -

‘사쿠란(さくらん)’은 원색의 강렬한 유혹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벚꽃, 제비붓꽃, 단풍 등 수목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기모노의 화려함이나 뚜렷한 배경색 대비가 눈을 어지럽게 한다. 니나가와 미카(일본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감독이라서 그런지, 영화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사진을 보는 것 같다.

[영화리뷰] ‘사쿠란’

8살 때 강제로 요시하라 유곽에 팔린 키요하(츠치야 안나)는 매번 도망치지만 번번이 잡힌다. 신사에 벚꽃이 피면 내 발로 나갈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수십 년 동안 벚꽃은 피지 않았다. 온 세상이 고통만 가득 차고 기분 좋은 일이 없는 키요하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긴다. 사랑을 맹세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배신의 눈길뿐. 키요하는 유곽 최고의 오이란이 되기로 결심한다.

오이란의 삶은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이다. 동경과 비웃음의 대상이고, 거부할 수 없지만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 벗어나고 싶지만 스스로는 벗어날 수 없는 곳, 한(恨)과 그리움의 깊은 수렁과도 같다. 누구를 사랑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말초적인 갈등은 그녀의 삶을 옥죈다. 사랑해도 지옥이고 사랑안해도 지옥인 이 곳에서 사랑은 손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와도 같다.

[영화리뷰] ‘사쿠란’

오이란으로서의 삶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빈, 혼탁한 바깥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눈부신 기모노에 둘러싸인 그녀의 삶은 때로는 비웃음과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곳에도 시기와 질투, 분노, 절망, 그리고 기쁨이 존재한다. 남의 성공이 미워서, 외로워서, 미치도록 사랑이 그리워서, 서로를 이간질하고 눈속임한다. 진실과 거짓이 혼재되는, 사랑과 미움이 교차되는 삶에 희망은 서서히 사그라져 간다.

영화는 오이란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삶을 추적해간다. 뇌쇄적인 눈빛, 요염한 자태의 외적인 면과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내적인 면이 대조를 이루면서 드라마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불량공주 모모코’에서 여성 폭주족 이치고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쓰치야 안나가 키요하 역을 맡았다. 9월 6일 개봉.

‘사쿠란’은 우리 뜻은 ‘착란’이다. 강렬한 색조가 뿜어내는 미학적인 환상이 착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찔하다. 참고로 영화를 보고 난 뒤 게이샤와 오이란의 차이점을 알게 됐다. 게이샤는 예기(藝妓)를 서비스하는 여성을, 오이란은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일컫는다. 그렇지만 오이란이라고 단순히 창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남자를 접대하지만 무조건 돈을 받고 그들과 자는 것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선택을 해야 잘 수 있는 규칙도 존재한다.

<온라인 뉴스센터 장원수기자>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