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판타스틱영화제 18일 개막 “골라보는 재미 환상이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

제12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가 18~27일 경기 부천 복사골 문화센터, CGV 부천 등지에서 열린다. 지자체가 개최하는 갖가지 영화제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장르 영화’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이 관객의 호응을 얻을지 관심을 모은다.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18일 개막 “골라보는 재미 환상이네”

◇아시아 최대의 장르 영화제=부천영화제는 올해부터 ‘장르 영화’를 앞세우고 있다. ‘판타스틱 영화’보다 범위가 넓은 ‘장르 영화’를 사용함으로써 프로그램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심산이다. 판타스틱 영화가 영화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다는 느낌을 주는 반면, 장르 영화는 한층 더 넓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액션, 멜로까지를 포함한다.

올해는 39개국의 영화 205편이 출품됐다. 장르 영화제로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개막작으로는 이스라엘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사진 위)이 선정됐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돼 황금 종려상을 노렸던 수작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해온 아리 폴맨은 이스라엘·레바논 분쟁과 관련된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큐멘터리 같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그려냈다. 폐막작은 곽재용 감독의 ‘싸이보그, 그녀’다. ‘엽기적인 그녀’의 감독이 일본 배우, 스태프와 함께 만들어, 일본에서 장기간 박스오피스에 자리하고 있는 작품이다.

킹 오브 더 힐

킹 오브 더 힐

30편의 장르 영화 신작을 소개하는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에서는 범죄 스릴러물이 강세다. 청소년들의 살인 내기라는 실화를 소재로 한 ‘세븐 데이 선데이’, 남미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타나스: 살인자의 초상’ 등이 상영된다. ‘쉬버’ ‘킹 오브 더 힐’은 유럽의 공포영화 강국 스페인에서 온 작품이다.

1990년대 미국 퀴어 영화(동성애 등 성적소수자를 그린 영화) 감독 그렉 애러키의 특별전도 볼 수 있다. 대표작 ‘리빙 엔드’와 ‘완전히 엿먹은’ 등 4편이 상영된다. 최근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함께 만들기도 했던 ‘그라인드 하우스’(B급 액션, 공포 영화를 상영하는 동시상영관) 영화들도 흥미롭다. ‘지옥의 여죄수 감방’ ‘공구 살인마’ 등 제목만으로 내용을 짐작케 하는 영화들이다.

완전히 엿먹은

완전히 엿먹은

영화제 기간 중 개최되는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는 올해 부천영화제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프로젝트다. NAFF는 아시아 장르 영화의 제작, 인력 교류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잇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포함해 대만,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등지의 공포·액션 영화가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다. ‘환상영화학교 2008’은 장르 영화 연출,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다. 한국의 정두홍 무술감독, 일본 ‘소림소녀’ 무술팀, 태국 ‘옹박’ 무술팀, 홍콩의 ‘포비든 킹덤’ 무술팀 등이 젊은 영화인, 산업 관계자,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액션 전문 강좌에 나선다. www.pifan.com

사타나스:살인자의 초상

사타나스:살인자의 초상

◇2004년의 교훈=부천영화제는 2004년 말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04년 당선된 홍건표 시장과 부천시 측이 1회부터 영화제를 이끌어온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을 갑자기 해촉하려 한 것이 발단이었다. 부천시 측은 “김홍준 위원장의 매너리즘”을 이유로 들었으나, 실제로는 새 시장과 영화제 측의 갈등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이명박 정권의 문화단체장 교체 움직임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결국 김홍준 전 위원장과 함께 프로그래머, 스태프들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영화계와 일부 관객은 부천영화제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결과는 파국에 가까웠다. 2004년(8회) 6만4000여명에 달했던 유료 관객이 2005년(9회) 3만5000여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역대 부천영화제 관객 중 최저였다. 관객수는 4만여명(10회), 4만8000여명(11회)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6만여명 안팎이었던 옛 관객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븐 데이 선데이

세븐 데이 선데이

더 이상 노골적인 보이콧 움직임은 없지만 부천영화제와 영화계의 앙금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감독 데뷔작인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촬영 중인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는 2일 부천영화제를 공식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영화제 측이 올해 상영작 중 태국영화인 ‘시암 오브 러브’를 임의로 ‘소년, 소년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바꿔 상영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제는 뒤늦게 잘못을 시인하고 제목을 바꾸기로 했다. ‘김홍준 위원장 해촉 사태’는 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한국의 국제영화제가 지자체와의 갈등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굳이 보이콧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대를 받아도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올해 부천영화제가 영화계와의 앙금을 프로그램의 힘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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