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땐 투기 재발” “부동산 시장 정상화 기여”

김광호·이고은기자

종부세 개정안 논란

종합부동산세가 3년 만에 기로에 섰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어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세율을 절반으로 낮추는 종부세 개정안을 의결했다. 종부세 완화를 놓고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비판과 ‘세금폭탄 교정’이란 반박이 충돌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재발에 대한 우려와 ‘시장 정상화’란 평가도 엇갈린다. 종부세 과세기준 상향 법안을 제출했던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과 참여정부 국세청장·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종부세에 간여했던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종부세 완화가 과연 필요한지와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부자 위한 감세로 가계·지방 재정 양극화 더욱 심화” 이용섭

“소득대비 세금 너무 높아…불황국면에 투기 없을 것” 이종구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하 이용섭)=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 철학이 있기에 세제개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우선순위와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물가 폭등, 경기 침체로 중산·서민층은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고소득자·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게 맞을까요. 지금은 그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어려운 계층의 민생을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오른쪽)과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국회 의사당 앞에서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문석기자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오른쪽)과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국회 의사당 앞에서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문석기자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하 이종구)=알뜰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꾸리면 세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분배를 강조하고 서민생활 안정을 강조했지만 성공했습니까. 레토릭에 그쳤습니다. GNP(국민총생산) 대비 세부담을 낮추고 지출 쪽에서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서민들에게 돈을 뿌리는 것보다 서민들이 자활·자생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용섭=노무현 정부가 그 정도 노력도 안했다면 양극화는 더 심해졌을 겁니다. 재정건전성도 문제입니다. 조세부담률이 2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5번째로 낮습니다. 강만수 팀에서는 20%대로 낮추겠다는데 30조원을 깎는다는 이야기입니다. IMF 외환위기를 일찍 극복한 것은 150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한 재정건전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금융위기·고유가 등 불안요인이 몰려오는데 유일한 장치가 재정입니다.

이종구=재정건전성은 장·단기로 나눠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소득층이 어려울 때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데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부세처럼 재산에 대한 담세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세금은 낮춰줘야 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폐지가 좋습니다.

이용섭=역대 정부의 조세 기본 방향이 보유세를 중과하고 거래세를 경감하는 겁니다. 부동산을 과다 보유하면 부담이 되게 하자는 겁니다. 규제를 풀면 집값이 안정되겠느냐 이거죠.

이종구=2007년에 보니까 부동산 관련해서 25조원에서 30조원 가까운 세금을 거뒀습니다. 전체 세금 중 15% 가까이 됩니다.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부동산도 시장이고 산업입니다. 이래선 거래가 안됩니다. 2004년에 재산세 1조원을 거뒀는데, 2007년은 종부세를 합해서 6조2000억원입니다. 이게 세금폭탄의 실체입니다.

이용섭=상당수가 작년만 해도 집을 팔려고 했습니다. ‘징벌적 세금이다’ ‘폭탄이다’ 하는데, 반대로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계속 내릴 거란 기대감을 주니 연기하는 겁니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이종구=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종부세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건데,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컬러TV, 냉장고 처음 나왔을 때 특별소비세를 매겼습니다. 그거 걷어내니까 가격이 확 떨어졌습니다. 모든 물건은 세금을 때리면 그만큼 가격이 올라갑니다. 오히려 가격을 올리고 시장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한 것이 종부세의 실상입니다.

이용섭=우리는 아직 전체자산의 60%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자산증식 수단으로 이용합니다. 부담을 줘야 불필요하게 과다보유를 하지 않을 것이기에 종부세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게 폭탄이라 할 만큼 높으냐. 예를 들어 주택가가 10억원이면 공시가 8억원, 종부세는 110만원입니다. 하지만 정부 개정안으로 면제됩니다. 10억원짜리 아파트가 과거 2억~3억원 주고 산 건데, 사회적 요인으로 오른 겁니다. 종부세는 그 편익에 대한 대가입니다.

이종구=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겁니다. 주택 보유에 대해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것은 담세능력을 추정하는 겁니다. 고가주택에 사니까 세금 낼 능력이 있을 것이다. 잘 산다는 논리밖에 안되는 거죠. 그런 논리라면 왜 부동산만 합니까. 골프장도 있고, 비싼 그림도 있습니다. 그래서 종부세는 이념적이고 정치적입니다.

이용섭=세금이 많냐, 적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게 필요합니다. GDP(국내총생산) 중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한국은 0.85%, 영국 3.3%, 미국 3.1%, 일본은 2.1%입니다. 전체 조세 중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 3.8%, 미국 11.9%, 영국 9.4%, 일본 8.1%입니다. 국제적으로 봤을 때 어려운 수준은 아닙니다.

이종구=현재 서울시내 아파트 평균 가격이 59만달러입니다. 일본 37만달러, 미국 40만달러, 영국 30만달러입니다. 이 가격에 대해 세금을 매깁니다. 한국의 소득은 2만달러입니다. 일본은 3만5000달러, 미국 4만7000달러입니다. 소득 대비 높다는 겁니다.

이용섭=(그렇기 때문에) 소득 수준에 맞게 주택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겁니다. PIR(Price Income Rate)라는 걸 씁니다. 서울 강남의 경우 18을 상회하는데 중간을 15로 보면 자기소득 50%를 저축해도 30년 걸립니다.

이종구=분명히 떨어집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주택가격 거품이 18% 정도된다고 했는데 더 될 겁니다. 지금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것은 세금 때문이 아니라 세계적 추세입니다. 불황 국면에서 나타난 현상이죠.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시켜 시장경제에 맞게 하자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생각입니다.

이용섭=공급만으로는 안됩니다.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투기수요 억제정책과 같이 가야 합니다. 지금 집값이 5.5% 올랐습니다. 강북은 11% 올랐습니다. 2004년에 집값이 떨어져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정부가 일부 풀어줬습니다. 그래서 나타난 게 2005년·2006년 투기였습니다. 투기는 어느날 갑자기 옵니다. 오면 괴물 같아서 다시 우리에 집어넣기도 어렵습니다.

이종구=경제가 불황국면으로 가는데 투기수요가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앞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백약을 써도 안됩니다. 그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돼 있습니다.

이용섭=7년 동안 집값이 2배 이상 올랐는데, 강남 빠진다는 게 2.7% 빠졌습니다. 더 빠져야 합니다.

이종구=정확한 실상을 모르시네요. 그 정도가 아니라, 반포·신사동 아파트 거래동향을 보세요. 20% 정도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용섭=마지막 문제는 2%가 종부세를 내니까 그들에게 혜택이 갑니다. 언론보도를 보니 청와대 수석 11명 중 8명, 장관들 중 80%가 혜택을 본다고 합니다. 종부세수 50%가 낙후된 지자체에 갑니다. (종부세가 무력화되면) 지역간·계층간 사회양극화를 가속화합니다.

이종구=종부세를 지방 재정과 연결시켜 놓은 것은 ‘헌법처럼 고치기 어렵게 만들겠다’고 해서 나온 겁니다. 강남권과 지방, 강남권과 강북권을 편가르기해서 선동하는 툴의 극치가 지자체와 연결해놓은 겁니다. 지방행정 예산이란 것은 교부금 비율을 올려주면 됩니다.

이용섭=내국세에서 그 부분을 떼서 가면 교육·복지 등 다른 부분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종구=지자체를 연결시키는 부분이나, 재산세 올려 종부세를 완화한다는 것은 선동이고요. 6억원, 9억원 문제가 이슈 중 하나로 돼 있는데 6억원이 고가 호화주택 기준이 될 수 있습니까. 6억원은 1998년 기준입니다.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할 때 9억원이면 옛날 6억원 정도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용섭=과세기준 상향보다 더 큰 문제가 세율을 대폭 인하한 겁니다. 세율을 보면 1~3%인데 그걸 최고 1%로 낮췄습니다. 과세기준 상향과 쌓이면서 종부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은 종부세 대신 전국민이 부담하는 재산세, 취득·등록세, 부가가치세를 인하하자는 겁니다. 그러면 자영사업자 450만명에게 평균 270만원 혜택이 돌아갑니다.

이종구=세금이란 것은 전가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택에 세금 때리면 전·월세 올라가고, 그런 전가 과정을 통해 서민들에게 부담이 가는 겁니다. 따라서 전반적인 레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부자를 위한 세금, 이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세금이라는 것은 잘못입니다.

토론자

이용섭 민주당 의원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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