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대주단’ 가입 않을듯

정유미기자

대기업 계열사도… 해외 신인도·주가 하락 우려
정부·금융기관 “더 이상 지원없다” 전방위 압박

10대 건설사들이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에 가입하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사 채권 만기를 1년간 연장해 주는 대주단 협약 가입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들 대형 건설업체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대주단 협약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강제적으로 10대 건설사 가입을 압박하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19일 10대 건설사들은 내부적으로 대주단에 가입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건설사중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많은 3~4개사는 “검토는 하겠지만 절실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PF나 미분양 등으로 자금여력이 좋지는 않지만 이를 견뎌낼 만한 체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10대 건설사 ‘대주단’ 가입 않을듯

대형 건설사들은 대주단 협약에 가입할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처럼 비쳐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단 부실회사로 낙인찍히면 자금조달, 수주, 분양 등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또 대기업은 해외사업 비중이 큰 만큼 신인도가 떨어지면 해외 공사수주는 물론 대금회수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주식시장도 안 좋은 데 대주단 가입은 자칫 주가하락을 더욱 부추길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경영간섭이 우려되는 등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계산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눈치는 보이겠지만 가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금융기관에 밉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시장 등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도 대주단 가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중소건설업체에 비해 부실 위험이 크지 않고 ‘든든한’ 모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 관계자는 “멀쩡한 회사가 대주단에 가입해 경영내역을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전혀 관심없다”고 잘라 말했다.

100대 건설사가 대주단 협약에 ‘공동 가입’하는 것도 불투명한 상태다. 건설협회, 주택협회, 주택건설협회 등 건설 3개 단체는 일제히 대형 건설사에 대주단 가입을 요청하고 있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이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다른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공동가입 운운하는 것은 같이 바다에 빠져죽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기관은 자율협약 가입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건설업체에 대한 별도의 지원 대책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주단 가입이 금융기관과 건설업체간 자율적인 계약인 만큼 정부가 강제할 방법은 없지만 “미가입 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주거래은행들은 나서서 전방위적으로 가입을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영간섭을 안하고 신규 대출 때만 자금사용처를 확인하겠다고 하지만 금융권에 배신 당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라면서 “어차피 1년이라는 시간만 연장해 주는 것인데 선뜻 협약가입을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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