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가입’ 싸고 정부-대형건설사 힘겨루기 …중소업체들 속앓이

정유미기자

대형업체 “신인도 타격” 꺼려… 주택협회 가입공문 소동도

정부·금융기관과 대형 건설사들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중소형 건설사들은 피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주단 가입’ 싸고 정부-대형건설사 힘겨루기 …중소업체들 속앓이

대형 건설사들은 대주단 협약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자금사정이 넉넉한 건설사들은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이 필요없다”며 가입을 꺼리고 있다. 자금여유가 없는 건설사들도 “건설사들의 공동가입은 하겠으나 단독가입은 안 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면 국제적인 신인도가 손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중소건설사들은 갈수록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대형 건설사들을 끌어들여 중소업체 대주단 가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대기업이 솔선수범해준다면 가입 업체도 늘어나 건설사 구조조정이 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대형 건설사들은 대주단 가입에 부정적이다. 당장 도급순위 2위인 삼성과 3위 현대는 “왜 공동으로 가입하라고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미분양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이 적은 만큼 유동성 위기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알려진 대우(도급순위 1위)·GS(4위)·대림(5위)도 “대형 건설사들이 전부 다 대주단 협약에 가입한다면 모를까 단독가입은 안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상태다. 롯데, 포스코 등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가 크지 않은 만큼 관심없다”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해외공사는 선수금으로 30%를 받을 만큼 신용도가 중요한데 부실위험이 있는 것처럼 오해받을 필요가 있느냐”면서 “수주는 물론 건설자재 납품도 받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경영 상황을 공개해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국내 경쟁에서 밀린다는 것도 가입을 꺼리는 이유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내년 이후 건설 물량이 안정돼 있는데 자칫 대주단 가입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너 재산공개,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압박 등 경영권 간섭 우려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정작 대주단 가입이 급한 중소건설사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난이 심하고 은행권의 대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처럼 득실을 따질 만한 여건도 안 되고 솔직히 능력도 없다”면서 “가입을 안 하면 대출기한을 연장해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데 혹시 우리만 들어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주택협회는 “청와대 지시”라며 건설회사들에 대주단 가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공문은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이 협회 측이 임의로 작성해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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