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와 ‘명텐도’

박종성산업부장

토건에 열중, IT 홀대한 MB
닌텐도 게임기 만들라니 허탈

닌텐도는 슈퍼마리오로 유명해진 게임기 제조회사다. 배관공이 이곳 저곳을 휘저으며 모험을 펼치는 게임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 들어 유치해 보이기도 하는 닌텐도 게임기가 무섭게 약진하고 있다. 닌텐도DS2와 위(Wii)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최대의 실적을 내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전 꺼낸 닌텐도 게임기 얘기를 두고 여기저기에서 말들이 많다. 이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우리도 닌텐도 게임기와 같은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에서는 닌텐도 게임기를 패러디한 ‘명텐도’게임기가 나오는가 하면 하루가 멀다하고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정보기술 수준이 높으므로 일본 게임기와 비슷한 제품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이 같은 질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응은 아주 싸늘하다.

정보기술분야 인력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보기술 산업분야를 홀대하고 있다는 인식이 파다하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보통신부가 사라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보기술 관련 예산도 대폭 감소했다. 4대강 개발 등 토건국가 건설에 열중하는 반면 정보기술산업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아마도 어린이용 게임기이기 때문에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쉽게 작동한다고 해서 손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손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어린이에 맞추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닌텐도 게임기 같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갖춘 완벽한 오락기기를 만드는 것은 장기간의 기술과 사업역량이 쌓여있을 때만 가능하다. 국내에서 개발된 한 게임기는 닌텐도에 견줄 고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게임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분야의 균형발전이 돼야 완성된다. 한 쪽만의 발전으로는 발완전할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가 없는 상황에서 하드웨어는 반쪽짜리 제품에 불과했다.

게임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쑥 ‘닌텐도 게임기와 같은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이었다.

게임업계에는 세계 굴지의 업체들이 즐비하게 모여 경쟁하고 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분야에서 닌텐도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닌텐도는 게임산업 초기의 경쟁상대였던 세가는 물론 소니의 PSP,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를 모두 넘어섰다. 닌텐도의 성공은 끊임없이 어린이 사용자들을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한 노력의 산물이다.

닌텐도를 키운 야마우치 히로시(山內博) 명예회장은 어린이들이 닌텐도 게임기로 다양한 게임을 즐기기를 원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게임기 회사를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다른 회사에서는 미국에서 아이디어를 수입해 더 싸고 더 작게 만들어 일본시장에 내다파는 일에 몰두할 때 닌텐도는 남들이 하지 않은 것, 독창적인 것에 관심을 쏟았다.

화투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 닌텐도가 성공한 것은 장기간 눈물나는 노력의 대가였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우리나라 정보기술업계는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자 인터넷에는 우리 정부의 정보기술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근시안적인 태도를 질타하는가 하면, 정부 잘못으로 이미 개발된 기술이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개발된 제품도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장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새 정부는 우리나라를 세계 일류국가의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산업에 대한 이해와 발전전략,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말로 국민들을 힘빠지게 해서는 안된다.

닌텐도는 명품이지만 명텐도는 짝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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