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김씨 뿌리는 흉노’ 기록 신라인 묘지명 첫 확인

김진우기자

재당(在唐) 신라인의 묘지명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묘지명에는 신라 김씨의 뿌리를 흉노에서 찾는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어 주목된다.

부산외대 권덕영 교수는 22일 “한국고대사 관련 당나라 금석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864년 5월29일 향년 32세로 사망한 재당 신라인의 묘지명 ‘대당고김씨부인묘명’(大唐故金氏夫人墓銘)을 찾아냈다”며 “현재 알려진 재당 신라인 묘지명으로는 유일한 금석문”이라고 밝혔다. 이 묘지명은 1954년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교외에서 출토돼 현재 시안시 비림(碑林)박물관에 소장 중이다.

‘신라김씨 뿌리는 흉노’ 기록 신라인 묘지명 첫 확인

묘지명에는 김씨의 유래와 김씨 부인의 선조, 부인의 품행과 생활상, 죽음과 후사 등이 기록돼 있다. 권 교수는 특히 “소호금천씨(少昊金天氏)-김일제(金日제<石+單>)-신라 김씨로 이어지는 시조 관념의 패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주목할 만한 자료”라고 말했다.

묘지명은 “태상천자(太上天子)께서 나라를 태평하게 하시고 집안을 열어 드러냈으니, 이름하여 소호씨금천이라 하니 이는 곧 우리 집안이 성씨를 받게 된 세조(世祖)”라면서 “먼 조상의 이름은 일제인데 흉노의 조정에 몸담고 있다가 서한에 투항해 (중략) 투정후에 봉하였다”라고 기록했다. 이어 7대에 걸쳐 벼슬을 지내면서 경조(京兆)군에 정착했는데 한나라가 쇠망함을 보이자 “멀리 떨어진 랴오둥(遼東)에 숨어 살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에 따르면 7세기 후반 이후 신라 김씨는 중국 상고시대의 전설상 인물인 소호금천씨와 흉노 왕자로 중국 왕조에 충실히 복무해 추앙받던 김일제를 자신의 선조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관념적인 의식의 소산이라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신라 김씨의 연원을 김일제에서 찾는 유일한 자료는 문무왕릉비였는데 이 묘지명에서는 그 관계를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서술했다”면서 “당으로 이주한 후에도 오래도록 자신의 시조의식을 그대로 유지하던 재당 신라인의 사고체계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다음달 9일 대전 한밭대에서 열리는 한국고대사학회 제108회 정기발표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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