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암흑의 탑’ 찾아 떠난 서부의 총잡이

이영경 기자

다크타워…스티븐 킹 | 황금가지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영화 <석양의 무법자>를 채 절반도 보기 전에 나는 깨달았다.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은 톨킨풍의 원정과 마법을 담은 이야기이되, 배경은 레오네풍의 터무니없을 만큼 장대한 서부여야만 했다.”

[책과 삶]‘암흑의 탑’ 찾아 떠난 서부의 총잡이

<미저리> <쇼생크 탈출>의 작가 스티븐 킹은 판타지 소설 <다크타워>를 집필한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열아홉살 때 톨킨의 판타지 <반지의 제왕>에 반해 판타지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한 작가는 영화 <석양의 무법자>를 본 이후 서부를 무대로 한 대하 판타지 장편소설 <다크타워>를 집필하기 시작해 33년만인 2004년 완간했다. 모두 7부작으로 이뤄진 소설 가운데 1·2부가 먼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반지의 제왕>과 <석양의 무법자>의 결합이라니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도 있겠다. 소설은 <반지의 제왕>의 호빗처럼 하나의 종족을 내세우는데 그것은 <석양의 무법자>에 나올 법한 ‘총잡이’ 종족이다. 총잡이 종족의 최후 생존자 롤랜드가 어둠의 탑(다크타워)을 찾기 위한 모험담이다. 핵 전쟁 이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인류의 변종인 느림보 돌연변이들이 흉측한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위협하는가 하면, 사막에 버려진 역에서는 과거에 사용되던 핵발전기가 돌아가고, 버려진 지하철역에서는 화학무기에 의해 죽은 시체가 즐비하다. 비틀스의 ‘헤이 주드’ 같은 노래가 구전되기도 하고, ‘성서’나 ‘아서 왕의 전설’이 남아 있기도 한다. 기본적 배경은 미국의 서부와 비슷한 배경이지만 1부를 넘어서면 시공간을 넘나들며 독자에게 익숙한 현대 세계에서 모험을 펼친다.

프롤로그 격인 1부 ‘최후의 총잡이’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사막을 가로질러 달아나자 총잡이가 뒤를 쫓았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암흑의 탑’과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쫓아 사막을 가로지른 롤랜다는 ‘툴’이라는 마을에 도착하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그곳 주민들을 세뇌시켜 총잡이를 공격하게 한다. 천신만고 끝에 롤랜드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와 마주치게 되고 그로부터 ‘암흑의 탑’을 찾으려고 세 개의 문을 만나게 될 것이란 예언을 듣는다. 이어지는 2부 ‘세개의 문’은 롤랜드가 세 개의 문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련낸다.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세계를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스티븐 킹은 그 안에서 애정·상실·비애·용기·희망 등 인간적 가치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다크타워> 시리즈는 미국에서 1982년 1부가 첫 출간된 이후 30년 가까이 베스트셀러를 지키고 있다. 박산호·장성주 옮김. 각권 1만원

<이영경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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