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노무현 부동산정책

김수현 세종대 교수/도시부동산대학원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참여정부만큼 아이러니는 없다. 부동산 문제만은 해결하겠다고 장담했건만, 국민들은 바로 그 부동산 정책에 가장 실망했다. 서민들은 다락같이 오른 부동산 값에 좌절했고, 부자들은 몇 배나 오른 부동산 세금에 분노했다.


- 과잉 유동성에 밀린 집값 안정 -

되돌아보면 참여정부 기간은 전 세계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몸살을 앓았던 시기다. 이른바 과잉유동성이 자산가격을 밀어올린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집을 사도록 부추기는 가운데, 그린스펀마저 신경제라는 말로 거품을 옹호했다.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등 상당수의 선진국들의 주택 가격이 우리보다 더 많이 올랐다.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그 비이성적 과열의 혹독한 대가이다.

김 수 현<br />세종대 교수<br />도시부동산대학원

김 수 현
세종대 교수
도시부동산대학원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아직 외환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유동성을 높여야 된다는 것이 이른바 ‘시장의 요구’였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유동성은 손을 못 댄 채 시장 투명화, 세제 강화, 서민주택 공급확대와 같은 ‘부동산 내부’의 정책에 묶이게 된다.

그러다 2006년 3·30 대책에 오면 소득의 일정비율 이상 이자로 지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담보대출 규제(DTI)를 시행한다. 당장 반발이 터져나왔다. “서민들은 강남 집 사지 말라는 말인가? 또 관치금융인가?” 이 비판 대열에는 이른바 진보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탓이었는지 금융감독당국은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다. 실기한 것이다.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아쉬워했던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실거래가 파악,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도 도입 등은 속도의 완급 문제는 있었지만 올바른 정책이었다. 매년 10만호씩의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한 것도 성과다. 무엇보다 부동산을 무분별한 경기부양 수단으로 쓰지 않으려 했던 점도 평가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 앞서 금융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막은 것도 중요하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부동산 가격도 내려가면서 안착하는가 했던 노무현 부동산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부자 감세를 벼르던 이명박 정부는 대다수 부동산 세제를 참여정부 이전 상황으로 되돌렸다. 공급만이 살 길이라며 재건축, 뉴타운 사업도 부추겼다. 그러던 중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치자 이번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실물회복은 멀었는데, 부동산으로만 돈이 몰리고 있어 불안하다. 국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된 지 열흘 만에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뱉기에 이르렀다.


- 불로소득 용납않는 원칙 ‘애도’ -

부동산 정책은 분명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야 한다. 너무 오를 땐 눌러야 하고, 너무 침체되면 부양할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바뀌지 않아야 될 원칙이 있다.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은 용납해서 안 되고, 서민의 주거복지를 확대해야 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바로 그 원칙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다주택 소유를 권장하고 있지만 정당한 세금은 사라졌다. 보금자리 주택을 얘기하지만, 임대주택 호수는 반으로 줄었다. 노무현에 대한 애도 물결 속에는 막 자리를 잡으려다 스러진 그의 부동산 정책 원칙에 대한 애도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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