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유기동물 입양이야기' 대회 이모저모

"인간으로부터 상처 받은 동물들에게 행복한 추억 만들어 주고 싶어"

12월 4일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국제애완동물, 용품 박람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T센터에서 한 회의장에서는 제3회 ‘행복한 유기동물 입양이야기 선발대회’가 열렸다. 한때는 길 위에 유기됐던, 지금은 소중한 반려동물이 된 애완동물들이 주인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인터넷카페 '동물책 함께 만드는 작업실'(http://cafe.naver.com/animalbook1) 관리자 김보경씨의 환영사로 행사는 시작되었다. 김씨는 “남아공의 유기견 대회가 축제처럼 열리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저런 행사를 개최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됐다. 이미 미국에서는 유기견 입양을 통해 안락사 개체수를 줄인 선례가 있다. 작은 행사부터 시작해 유기동물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복한 유기동물 입양이야기' 대회 이모저모

첫 번째로 ‘낮은 시선’이라는 닉네임의 참가자가 ‘흰둥이’와 함께 나왔다. ‘낮은 시선’은 길 위의 흰둥이를 5개월에 걸쳐 끈질기게 구조하려 했던 과정, 포기하고 싶었지만 새끼들을 구출해왔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어 마지막까지 흰둥이를 구해내려고 노력했다는 사연을 이야기 해주었다. 처음에는 사람을 심하게 경계하던 흰둥이는 현재 비글 등 다른 반려견들과 함께 총 11마리의 대가족을 이루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흰둥이.

흰둥이.

<가을 숭실대 캠퍼스를 달군 개 이야기>의 주인공 숭실이와 둥실이, 믿음이는 김경완씨와 숭실대 입구에서부터 양재역까지 3시간을 걸어서 왔다. 처음에는 콜밴을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고 강아지들도 산책을 좋아해 걷기로 결정한 것. 중간중간 물을 마시고 간식도 먹으면서 서울구경하는 기분으로 왔다고 했다. 김씨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세 마리 강아지들에 엄청난 관심을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장난치고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3총사’ 덕분에 행사장이 더 화기애애해졌다.

김경완씨와 믿음이, 숭실이, 둥실이(왼쪽부터).

김경완씨와 믿음이, 숭실이, 둥실이(왼쪽부터).

대회 본선에 진출한 둥실이와 숭실이.

대회 본선에 진출한 둥실이와 숭실이.

닉네임 ‘윤쭈’는 사연 소개 동영상을 보고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반려견 ‘메이’에 대한 애정이 컸다. '윤쭈'는 백내장에 걸려 앞이 보이지 않아 입양하는 과정도 험난했던 메이와 함께 나와서 이야기를 했다. 유기견에 대한 관심이 올해부터 생겼다는 그녀는 “겉모습이 예쁘지는 않지만, 메이를 키우게 된 것이 인생의 큰 선물이다. 메이가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이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행사 도중에 행사장을 씩씩하게 혼자 계속 돌아다니며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메이.

메이.

모든 참가자의 사연까지 들은 뒤, 박하재홍씨가 노래 ‘모베러블루스’를 자신이 키우는 개 이름으로 바꾸어 ‘순이베러블루스’로 개사한 랩 공연을 했다. 북한산에서 만난 순이를 키우던 이야기를 랩으로 풀어낸 노래다, 그는 "동물과 키우는 사람과는 어떠한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노래했다.

반려견의 이름을 따 개사한 노래 <순이베러블루스>를 부르는 박하재홍 씨.

반려견의 이름을 따 개사한 노래 <순이베러블루스>를 부르는 박하재홍 씨.

쉬는 시간.

쉬는 시간.

허귀정씨는 ‘둥이’의 세번째 주인으로, 둥이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수 차례 주인이 바뀐 둥이는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봐서 분위기를 잘 타고, 자신에게 집중해주지 않으면 ‘왈!’하고 짖는다. 첫째 주인인 어떤 남자에게 학대당해서인지, 남자만 보면 피하곤 했다는 둥이는 6년 동안 함께 산 할머니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기특한 반려견이다. 허씨는 “당시 할머니의 임종을 봐야 했던 둥이의 마음을 생각하면 아찔하다”라면서 앞으로는 마지막 주인으로써 둥이와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둥이.

둥이.

다음은 최선민씨가 음식물쓰레기통에서 꺼낸 유기묘 ‘아루’의 사연을 공개했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진 핏덩이 아루를 극진히 간호해 살려내고, 신생아처럼 돌봤다. 2-3시간마다 한 번씩 자다가도 알람을 맞추어 일어나 우유를 챙겼다. 지금은 건강해져 6kg가 넘는 거대묘가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오래 키우던 개의 사료를 길고양이들의 밥으로 챙겨주었다는 최씨는 지금은 총 8마리의 ‘다묘 가정’을 이루고 있다. 아루가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또 8마리 중에 유일한 노란 고양이의 일가가 쥐찍찍이로 다 몰살당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탄식하며 안타까워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개를 오래 키워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사정상 아루를 데려오지 못해 많은 청중이 아쉬워했다.

마지막은 '세피'의 이야기였다. 강아지 세피는 13년 동안 ‘세피언니’라는 닉네임의 참가자와 함께 지내다 올해 6월 세상을 떠났다. 세피의 동영상이 나오자 그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직도 감정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하며, 모견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져 버려진 세피를 기르면서 자신이 세피에게 해준 것보다 세피가 본인에게 더 위안을 주고 행복을 줬다는 것을 떠나고서야 알았다고 후회했다.그녀는 또 “유기동물들은 상처를 많이 받은 생명이니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얼마 전 그녀는 사고로 다리 뒷부분이 마비된 방울이를 보호소에서 입양해 함께 왔다. 자신이 후원하는 시설보호소에 8년이나 있었다는 방울이가 눈에 밟혔던 것. 이미 집에서 고양이들을 키우고 있었지만 방울이를 데려오는 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뒷다리는 쓰지 못하지만 앞다리로 씩씩하게 캣타워(고양이용 놀이 설치대)를 오른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녀와 반려동물을 함께 기르는 것을 꺼려하는데 자신의 딸(태은이)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9살인데 같은 반에 장애학생이 있는데 모두가 짝을 하기 싫어하는데 태은이는 앞서서 도와주고 배려해 다른 학생들과 달라 선생님한테 칭찬 전화가 왔다고 한다. 또, 태은이는 다리가 아픈 방울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 먼저 “방울이의 눈이 동그랗고 귀가 예쁘다”고 말하다가 나중에서야 “어, 다리가 아프네?” 라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을 먼저 보는 성격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반려동물들과 함께 커서 착한 심성을 가진 것 같다며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이 더 예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면 아이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참가자 '세피언니'(왼쪽)와 그녀가 얼마 전 입양한 방울이.

참가자 '세피언니'(왼쪽)와 그녀가 얼마 전 입양한 방울이.

이날 메이, 둥이, 아루, 숭실이와 둥실이는 본선진출상을 받았고 세피와 방울이 이야기는 ‘행복한 상’, 구조과정에서 험난했지만 지금은 비글들과 함께 건강하게 지내는 흰둥이는 ‘아름다운 상’을 수상했다. 흰둥이의 입양자는 최근, 뇌가 다친 2개월 난 강아지를 알게 되었다고 하며 상금1/3은 흰둥이의 축하파티를 해주고 상금 2/3은 ‘책공장 더불어’의 이름으로 다친 강아지를 돕고 싶다고 했다.

'행복한 유기동물 입양이야기' 대회 이모저모

조단비/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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