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 탈북자를 하루만에 정신병원 보낸 하나원

임아영 기자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가 입소한 지 하루밖에 안 된 북한이탈주민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북한이탈주민 A씨는 2004년 5월 북한을 나와 중국 선양과 태국 등을 경유해 2009년 1월 한국에 입국했다. 같은 해 2월17일 오전 하나원에 도착한 A씨는 ‘입소 교육을 받고 싶지않다’며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했고 이에 담당 직원은 하나원 심리상담요원에게 심리 검사를 의뢰했다.

상담요원은 다음날 ‘(A씨는) 조증, 사고장애, 지각장애 등으로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하나원 공중보건의에게 보고했고 공중보건의는 1시간 상담 끝에 A씨에게 ‘양극성 장애’가 있다고 판단하고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에 그를 입원시켰다.

70여일간 입원해 있다가 자신의 행방을 찾던 숙부를 만나 퇴원한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하나원은 하나원장이 적법한 보호의무자가 아닌데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하나원은 입원 과정에서 하나원이 위치한 경기도 안성시에 A씨에 대한 보호의무자 자격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북한이탈주민은 한시적 거주자’라며 거부당하자, 하나원장이 보호의무자 자격을 갖는 것으로 판단하고 입원 동의서를 병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있어야 정신질환자를 자의와 관계없이 입원시킬 수 있으며, 보호의무자가 없을 때는 주소지 관할 지자체장이 보호의무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나원 측은 “A씨의 숙부가 남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A씨에 관한 합동신문센터 자료에는 A씨 숙부의 이름과 연락처 등이 명시돼 있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A씨가 고성과 욕설로 자신의 억울함을 항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소 하루 만에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인권 침해이자 직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내가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면서 “힘 없는 탈북자라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항변할 틈도없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통일부 장관에게 담당 직원을 징계할 것과 하나원장 및 담당 공중보건의에 대한 경고 조치, A씨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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