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잡는 친박, 내부 혼선 많아 ‘쇄신’ 성공할지 의문

이용욱·이지선 기자

‘박근혜 체제’로 한나라당의 힘이 쏠리면서 친박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여당 속의 야당→신주류→당권파로 위상이 이동하면서 주목받지만,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박근혜 전 대표(59) 뜻에 따라 당 쇄신을 주도할 중심세력으로 매김될지 물음표도 따라붙는다. 친박계를 보는 시선이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 현안을 놓고 ‘조용히’ 결정하는 박 전 대표 스타일 때문에 친박계 개개인은 박심(朴心)을 읽지 못해 쟁점마다 엇갈린 코멘트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홍준표 대표(57) 사퇴와 박 전 대표 등판시기를 놓고 친박 내부에서 혼선이 벌어진 게 대표적이다.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53)의 최고위원 전격 사퇴 후에도 홍사덕 의원 등 영남 중진들은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체제 유지에 힘을 실었다. 측근으로 분류되던 이성헌·현기환 의원도 의총에서 “홍 대표 사퇴가 능사가 아니다”라고 지지했다가 하루 만에 “박 전 대표 등판” 쪽으로 좌표를 옮겼다. 의총 날 아침 유 전 최고위원 사퇴가 박 전 대표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이라는 친박계 일부 목소리가 전해졌다가, 다시 “현 체제로는 힘들다”는 박 전 대표의 의중이 당에 전해지면서 빚어진 혼선이었다.

당권 잡는 친박, 내부 혼선 많아 ‘쇄신’ 성공할지 의문

부자증세를 놓고도 이한구·최경환 의원 등은 “박 전 대표 뜻”이라며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소장파 친박 의원들은 찬성으로 갈려 있다.

사실 본박(本朴)·월박(越朴), 근박(近朴)·원박(遠朴)으로 지칭되곤 하는 친박계의 우왕좌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친박 의원들 각자가 박 전 대표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혹은 상황을 자기 편의에 맞게 해석하고 주장하는 데서 비롯된 부작용들이다. 한 의원은 “친박내에 과거의 김무성 의원 같은 좌장이 있었다면 혼란이 훨씬 줄어들었을 텐데…”라고 했다.

친박계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몇몇 핵심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주위를 둘러싸고 ‘인의 막’을 치고 있다는 말은 구문이 됐다. 친박에서 떨어져나간 의원들은 사석에서 “진짜 쇄신대상은 박 전 대표 주변 의원들” “친박 의원들이 박 전 대표를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일부 의원들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복지 확대 등 중도로 이동한 박 전 대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친박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두언 의원(54)은 트위터에서 “한나라당이 박근혜 체제로 가닥이 잡히자 그동안 박근혜 눈치만 보며 살던 일부 의원들이 이제 우리가 당권을 잡았다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면서 “당권이 여기서 저기로 옮아가는 게 쇄신이 아니며 국민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당권 잡았다고 희희낙락하다간 바로 나락으로 간다”고 했다.

‘탈박’한 김무성 의원(60)은 지난 9일 기자들에게 “당 권력자와 추종자의 의도대로 당이 운영되면 당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당 전면에 나서려는 박 전 대표에게도 친박계 관리는 적잖은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친박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지난 몇 년 동안 굉장히 움츠려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제살 깎기’가 선행되지 않고는 쇄신국면에서 친이계 등 당내 다른 세력의 호응을 끌어내기 어렵다.

당장 공천탈락 대상으로 지목되는 친박 중진들의 처리 문제가 관건이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의 총선 불출마설이 나오는 것도 영남 중진들의 불출마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한 친박계 핵심의원은 “친박도 곤장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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