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학교를 휴학한 ㄱ씨(25)는 심심풀이로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판돈 만원을 걸고 도박을 시작했다. 그런데 돈을 몇 번 딴 후 ㄱ씨는 걷잡을 수 없이 도박에 몰입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도박을 시작한 이후 올해 3월까지 ㄱ씨의 앞으로는 도박 때문에 1100만원의 빚을 지게됐다. 어머니에게 1000만원을 꾼 것을 다 탕진한 후 사채로 100만원을 빌려 쓰기까지 했다.
3월 어느 날, 늘어만 가는 빚을 걱정하며 걷던 ㄱ씨는 늦은 새벽에 혼자 편의점을 지키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발견했다. 순간 그는 ‘여자 혼자 지키는 편의점이라면 내가 충분히 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2일 ㄱ씨는 머릿 속에서만 맴돌던 범행을 실천에 옮겼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를 배회하며 여자 종업원이 새벽에 혼자 있는 곳을 찾아낸 ㄱ씨는 이날 오전 2시11분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한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과도로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위협해 카운터 금고에 들어있던 16만원을 빼앗았다. 30분 후 인근의 다른 편의점에 들어간 ㄱ씨는 이번에도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과도로 위협해 30만원을 빼앗았다.
범행 후에도 ㄱ씨의 도박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늘어만 가는 도박 빚 때문에 처지가 급해진 ㄱ씨는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시간인 오후 8시20분에 역삼동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서 같은 수법으로 60만원을 빼앗는 대담함도 보였다. 첫 범행 이후 과도와 마스크를 항상 가방에 넣어서 다녔기 때문에 범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범행 후에는 목격자가 있을까 염려돼 가방에 있던 다른 옷을 꺼내 갈아입고 집에 돌아가기도 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인터넷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편의점 세 곳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강도)로 ㄱ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5곳의 편의점을 털었다는 ㄱ씨의 진술을 토대로 추가 범행이 있는지 여부도 수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