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점프 아쉰’

백은하 기자

아름다운 도약, 불안한 착지… 매끄럽지 않다

소년은 재주 넘는 게 좋았다. 동네 경극 공연이 펼쳐 질 때면 무대 앞으로 뛰어나가 “원숭이처럼” 춤을 추었고, 학교 강당에서 훈련하는 친구들을 훔쳐보며 체조의 기본기를 익혔다. 결국 체조 코치의 눈에 띄어 선수로서 커 나가지만 청년이 된 아쉰(펑위옌)은 소아마비로 인한 핸디캡과 어머니의 절대적인 반대로 체조를 그만두게 된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머니 과일 가게의 배달을 돕거나 주먹질과 술로 청춘을 낭비하는 것뿐이다. “살다 보면 네가 원치 않아도 문제와 부딪힐 때가 있어.” 어느 밤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된 친구 피클(로렌스 코)과 아쉰은 타이베이로 야반도주하고 이 비정한 도시는 청년들의 피를 요구한다.

<점프 아쉰>은 발레 슈즈 대신 철봉 위에서 세상을 배운 체조계의 ‘빌리 엘리어트’ 아쉰의 고단한 성장사다. 하지만 흔히 예상하는 ‘감동의 휴먼 스포츠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2011년 대만 금마장 영화제를 휩쓴 따끈따끈한 21세기 영화이지만 <점프 아쉰>을 지배하고 있는 주요 정서는 <천장지구>와 <열혈남아> 같은 1980, 1990년대 홍콩 청춘 누아르의 그것이다. 친구 혹은 유사 형제들은 오토바이와 주먹질에 청춘을 내던지고, 네온사인 아래서 담배를 피우며 오지 않을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어두운 밤거리에 피범벅이 되어 버려진 친구의 육신을 묻는다.

[리뷰]영화 ‘점프 아쉰’

삐삐와 공중전화, 나이트클럽과 브레이크 댄스 같은 소품과 문화도 그러하거니와 주인공 아쉰 역의 펑위옌 역시 장학우의 우울과 곽부성의 미모를 반반씩 섞어놓은 느낌이다.

<점프 아쉰>은 감독 린유쉰의 친형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미 2005년 다큐멘터리 <점프 보이즈>로 체조코치가 된 형의 현재를 소개했던 린유쉰 감독은 이번엔 극영화로 형의 청춘을 소환한다. 잠시 체조를 그만두었던 시기 “늦은 밤 귀가한 형이 종종 핏물로 물든 욕조에 몸을 누인 모습을 목격”했던 어린 동생의 기억은 조금 더 비장한 액션 드라마로 채색되었다. 하지만 초반의 유머와 중반의 비극, 후반의 드라마는 각각의 톤으로 펼쳐지며 좀처럼 섞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도약이지만 불안한 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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