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다큐영화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

백은하 기자

훈훈한 아기펭귄 성장사 … 지나친 의인화 흠

올해 초 MBC에서 방영된 <남극의 눈물>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9일 극장에서 개봉하는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라는 제목은 낯설 것이다.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에 이은 <남극의 눈물>은 전작들의 극장 버전과의 차별점을 ‘펭이’와 ‘솜이’라는 아기 펭귄을 주인공 캐릭터로 내세우는 것으로 잡았다. TV 방영 당시 훈훈한 반응을 이끌어 냈던 황제펭귄의 부성애와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자라나는 어린 펭귄들의 성장사에 집중한 것이다.

<남극의 눈물>과 달리 극장판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는 전통적 방식의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남극의 눈물>을 위해 남극에서 머물며 담아낸 다양한 ‘촬영 소스’와 1000일 동안 가까이서 관찰한 황제펭귄들의 ‘생태적 사실’을 기반으로 아예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었다.

유난히 먹을 것을 좋아하는 먹보 ‘펭이’와 작지만 야무진 ‘솜이’가 부모의 고행 끝에 알에서 부화하고 추위 속에서 어른 펭귄으로 자라나는 과정은 편집을 통해 재구성된다.

남극 생태계에서 벌어진 비극과 그 속의 ‘눈물’이 제거된 자리에는 부모 황제펭귄의 사랑과 펭이와 솜이의 우정이 들어선다.

TV에서 영화로 이어지는 송중기의 내레이션은 혹한의 남극을 여전히 훈훈하게 데워주지만, 솜이와 펭이 혹은 부모 펭귄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의인화하거나 친절을 넘어 과잉해석한 혐의를 지우기 힘들다. 영화 속에는 엄마를 잃은 솜이에게 자신의 엄마 품을 대신 내어주는 펭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엄마에게 솜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은 이 행동을 어린 펭귄의 아름다운 이타심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그 모습은 ‘누가 제 자식인지를 알아보지 못한 어미 앞에 두 새끼가 나란히 서 있는 상황’이었을 뿐이다. “눈물을 터트립니다” 혹은 “눈물을 감춥니다” 같은 설명 역시 <동물농장>류의 프로그램에서 느낀 불편함과 동일하다. “TV판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방식”이란 제작진의 선택이 과연 현명했는지, 옳았는지 의문이 든다. 별다른 설명 없이는 관객들이 동일 펭귄으로 받아들일 ‘펭이’와 ‘솜이’에 대해 “펭귄들이 모두 똑같이 생겨 특정 펭귄이 아니라 편집으로 동일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설명은 그들이 ‘눈물 시리즈’를 통해 긴 시간 이룩한 성취를, 오지의 인간과 다양한 생명들에게 쏟아온 개별의 애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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