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 비선 통한 ‘깜깜이 인사’…YS 인사 스타일과 닮은꼴

김광호·이지선 기자

철통 보안·깜짝 카드 선호… 2인자 용납 않고 측근 배제

새누리당 친박근혜(친박)계 인사들은 인사철인 요즘 연일 “당선인만 안다. 전화 받은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박근혜 당선인과 가깝거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청와대에 들어갈 사람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면 더욱 그렇다. 휴대폰을 끄고 ‘잠수’를 타는 경우도 있다. 아예 인사 하마평에서 “내 이름은 빼달라”는 읍소도 한다. 오히려 “기용되려면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3년 1월 김영삼 정부 첫 조각 당시 외무장관에 기용된 한승주 고려대 교수는 김 전 대통령(YS)로부터 직접 “각료로 임명할 건데 공식 발표까지 부인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 “미리 알려지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말도 했다. 한 장관은 발표 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김영삼 정부와 닮은 것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철통 보안’식 깜깜이 인사나 외부 영입인사 발탁 시 ‘깜짝 인사’, 외부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게 그렇다고 한다. 차이가 있다면 박 당선인은 인사 선택도 내치는 것도 신중을 거듭하며 느린 반면 김 전 대통령은 결단엔 빨랐다는 점 정도다.

<b>당선인의 ‘입’</b>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 조윤선 대변인, 윤창중 수석대변인, 박선규 대변인(왼쪽부터)이 2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박민규 기자

당선인의 ‘입’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 조윤선 대변인, 윤창중 수석대변인, 박선규 대변인(왼쪽부터)이 2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박민규 기자

가장 닮은 점은 소위 ‘철통 보안’이다. 인사권만은 철저히 대통령이나 1인자의 권한이라고 보는 듯한 부분이다. “권력이란 다가설수록 칼이 된다”면서 2인자를 허용치 않고 경쟁시키는 용인술과도 맥이 닿는다. 김 전 대통령이 과거 깜짝 인사 카드를 던져놓고 주변에 “놀랐제”라고 물어본 것은 유명하다.

실제 박 당선인은 ‘인사 보안’에 과도할 정도로 무게를 둔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일부 명단이 하루 일찍 언론에 공개되자 기자들을 만나 “촉새가 나불거려서…”라고 쏘아붙였다. 철저히 인사권자 본인과 당사자 간 ‘신뢰’ 문제로 보는 것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최종 결정은 혼자서 하고, 비선이나 최측근 일부 의견만 참고하다 보니 철통 보안은 유지되는 반면 검증은 부실해지는 것이다. 4·11 총선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내정 발표를 하고서 전력에 문제가 생겨 자진하차한 사례가 단적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박희태 법무, 박양실 보사부 장관과 김상철 서울시장 등이 임명 보름도 안돼 중도하차한 것도 마찬가지다.

박 당선인이 제1 원칙으로 강조한 ‘100% 대통합(인사 탕평)’과 ‘전문성’이 왜곡된 형태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도 이미 김영삼 정부에서 예고됐다. 실질적 내용이 아닌 기계적·정치적 이미지만 추구할 경우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 첫 조각 당시 인사 탕평을 위해 호남 출신 각료만 5명을 안배했고, 특히 당시 군 출신 황인성 국무총리는 문민정부 첫 총리로 부적절하다는 논란에도 정치적 고려로 임명했다. 극우 논객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의 당선인 수석대변인 기용이 “전문성 우선”에 따른 것이라지만, 오히려 ‘대통합 역행’이란 논란에 휩싸인 것도 그런 흐름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과거 노태우 정부 때 사례를 보면 슬쩍 언론에 띄워보고 아니다 싶으면 ‘지워야겠습니다’ 하고 보고하는 검증 절차가 있는데, 지금은 그게 안되니 측근들도 언론에 나면 답답한 것이다. 당선인은 또 언론플레이 한다고 의심할 테고, 측근이나 주변도 몸조심하는 쪽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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