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아프리카의 지원군 아닌 경쟁자일 뿐”

배문규 기자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 신식민주의 경고 발언

‘차이나프리카’ 신화가 깨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신흥 경제강국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장이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신식민주의’를 경고하는 등 아프리카 내 중국 경계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라미도 사누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지원군이 아니라 경쟁자일 뿐”이라는 내용의 기고를 파이낸셜타임스 12일자에 실었다. 이 신문은 중국의 아프리카 경제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사누시의 경고가 나온 데 주목하면서 이는 중국에 대한 아프리카의 ‘낭만적’ 시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지원군 아닌 경쟁자일 뿐”

사누시 총재는 “중국은 우리의 원자재를 가져가고 대신 공산품을 판다”면서 “이는 식민주의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국주의 시절 영국이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원자재와 시장을 확보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아프리카가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에 자신을 내어주고 있다”고 했다.

사누시는 나이지리아가 중국에서 다양한 공산품을 수입하고, 중국은 나이지리아의 원유 등 자원을 가져가고 국가기간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에서 인력과 장비를 가져와 현지 기술전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국 간 무역은 지난해 2000억달러로, 2000년보다 20배 늘어났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12.8%에서 10.5%로 감소했다.

사누시는 이 때문에 제3세계 ‘비동맹운동’ 시절이 갔다고 단언했다. 중국이 더 이상 저개발 동료 국가가 아닌 서방과 같이 아프리카를 착취할 수 있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중국이 아프리카 저개발과 부진한 산업화의 주요 기여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사누시는 현재 유럽, 미국, 중국 등에 아프리카 상품을 직접 팔아서는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거대한 자국 시장을 활용하고,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소비하는 데서 벗어나 산업생산시설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아프리카는 중국을 ‘경쟁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누시는 중국은 서구 열강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고 “낭만적 시각을 냉철한 경제적 사고로 대체해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

중국은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국으로 떠올랐으며,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새 국가주석에 오른 뒤 첫 방문지역으로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등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가 집권한 짐바브웨를 지원하고, 다르푸르 학살을 저지른 수단과 경제협력을 맺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반인도 범죄를 눈감은 또 다른 식민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누시의 경고가 다음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신흥 경제 5개국(브릭스) 연례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음을 지적했다. 남아공의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지난주 아프리카에 투자하는 서방 회사들의 식민적 사고방식을 지적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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