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힘든 마라톤, 도대체 왜 뛰고 또 뛰는 걸까?

헬스경향 강인희 기자

고통 시작될 무렵 체내 마약성 물질 분비···희열·행복감 느껴

일반사람들은 힘든 마라톤을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은 터질듯이 뛰며 땀은 비 오듯 쏟아지는 격한 운동을 선선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반대로 마라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좋은걸 왜 안하느냐’며 반문한다. 이들이 말하는 ‘좋은 것’이란 대체 뭘까?

마라톤예찬론자들은 마라톤의 매력을 완주 후 느끼는 기쁨과 목표달성의 뿌듯함 때문에 또 다시 마라톤에 도전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마라톤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 중에는 달리다가 일정궤도에 들어서면 자신을 잊어버리고 행복감과 황홀감, 나아가 깊은 사색에 빠지는 ‘러너스 하이’를 즐기기도 한다.

러너스 하이는 장거리달리기와 같은 강도 높은 유산소운동을 하는 동안 우리 뇌에서 쾌감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 분비되면서 고통을 넘어 행복감이나 희열을 느끼게 하는 현상이다.

사진출처 = 클럽마라톤

사진출처 = 클럽마라톤

일본의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나는 달린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할 만큼 마라톤 예찬론자다. 본투런의 저자 크리스토퍼 맥두걸 역시 ‘우리는 달리도록 태어났다. 달리기 때문에 태어났다. 우리는 모두 달리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바 있다. 독일 전 외무부장관 요슈카 피셔도 저서 ‘나는 달린다’에서 “달릴 때 어느 때는 무아지경의 상태와 같이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러너스 하이를 진화의 산물로 보고 있다. 과거 사냥감을 오래 추적하면서 장거리달리기를 할 때 본격적인 고통이 시작될 무렵 일시적으로 고통을 잊게 만드는 물질인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신경화학물질이 우리 몸 안에서 생성되도록 진화한 것이라는 연구가 러너스 하이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또 인류진화전문가인 미 하버드대학 생물학자 댄 리버먼 박사는 러너스 하이가 고대 사냥꾼들의 주의력을 높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너스 하이상태가 되면 강렬한 기분을 느끼게 되며 푸른색은 더욱 푸르게 보이고 의식이 예민해진다”고 설명했다.

많은 학자들은 고대 사냥꾼들처럼 먹잇감을 쫓을 필요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달리는 것은 몸에 유익하다고 말한다. 단 적당한 달리기는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만 러너스 하이는 일시적일 뿐 아니라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중앙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김돈규 교수는 “마라톤이나 달리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족저근막염, 아킬레스힘줄염, 정강이힘줄염 등의 질환이 잘 발생한다”며 “평소 하체근력을 키우고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을 해야 하며 무리하지 않아야한다”고 조언했다. 또 “경기 후에는 바로 운동을 멈추지 말고 정리운동을 해야 하며 하프코스의 경우 최소 2주, 풀코스는 약 한 달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