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강연 듣고 공연 보니 ‘더 깊어진 맛’

김희연 기자

개막 전이나 공연 기간 중 강연 비중·수준 높여 정례화

만족도 높이고 관객층 넓혀

“오늘 베르테르 강의 들으러 예술의전당 가볼까.”

공연 개막 전이나 공연 기간 중 펼쳐지는 연계 강연이 호응을 얻으면서 공연장마다 강연이 활발하다. 과거에는 공연이 끝난 뒤 관객 서비스 차원에서 열리는 ‘관객과의 대화’ 정도에 그쳤으나 점차 강연의 비중과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공연에 강연을 더해 작품 감상의 만족도를 높이고 잠재된 관객층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정례화하고 있다.

지난 9일 국립극장에서 막 내린 <단테의 신곡>은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공연 관계자들은 완성도 높은 작품성으로 은근히 매진을 기대했지만, 공연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연계 강연도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바냐 아저씨>를 보러 온 관객들이 연극 시작 전 ‘15분 강의’에서 안톤 체호프의 작품 세계를 듣고 있다. | 명동예술극장 제공

오는 2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바냐 아저씨>를 보러 온 관객들이 연극 시작 전 ‘15분 강의’에서 안톤 체호프의 작품 세계를 듣고 있다. | 명동예술극장 제공

<단테의 신곡>은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우리 시대의 단테와 신곡’ ‘신곡의 맛과 감동’ ‘신곡의 목소리’ 등 연계 강연을 내놓았다. 주제별로 문학·음악·회화·신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이 강연을 펼쳤다. 무료 강연으로 정원이 400명이었지만 500~60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국립극장 이주연 홍보팀장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하고 배우들이 낭독을 하면서 작품의 이해를 돕고 특별한 재미를 선사해 관객 호응이 컸다”며 “젊은층부터 중장년층까지 고루 참여했고 그 열기가 실제 공연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내년에는 창극 공연에 맞춰 고전 해설을 담은 강연을 기획하고 있다.

다음달 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테르> 역시 연계 강연으로 관객들을 미리 만난다. 뮤지컬 원작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작가 괴테의 삶과 문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1강 ‘독일 대문호, 괴테의 모든 것’, 2강 ‘베르테르의 고뇌와 사랑’이 오는 15일, 2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한국괴테학회장인 임홍배 서울대 교수(독어독문학과)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베르테르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알기 쉽게 풀어낸다. 3강 ‘베르테르-현대적 읽기’(11월29일)는 소설 <국가의 사생활> <내 연애의 모든 것> 등을 펴낸 이응준 작가가 맡는다. 베르테르와 현대인의 연애를 비교하는 연애탐구가 흥미롭다. 스페셜 강의는 뮤지컬 <베르테르>의 연출가 겸 극작가인 고선웅씨가 ‘뮤지컬 속 베르테르 사랑탐구’(12월6일)를 주제로 진행한다. 베르테르가 뮤지컬로 재탄생하기까지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참가비는 강좌당 2만원이고 스페셜 강의는 무료다.

명동예술극장은 공연 전 ‘15분 강의’와 ‘예술가와의 대화’ ‘영화로 엿보는 연극’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저녁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오후 7시 극장 로비에서 열리는 ‘15분 강의’는 관객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다음달 4일 무대에 오르는 연극 <햄릿>의 ‘15분 강의’는 9일 마련된다. 명동예술극장 정명주 PD가 셰익스피어와 햄릿에 대해 이야기한다. 10일에는 원주대 이혜경 교수(영문학)가 ‘영화로 엿보는 연극 강의-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를 통해 햄릿을 재해석한다.

작품의 이해를 돕고 새로운 관객층을 확보하려는 공연장 강연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명동예술극장 정현주 팀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려는 요즘 관객의 욕구가 반영됐다”면서 “공연장에서 인문학 지식을 넓히고 작품의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어 공연 문화의 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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