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용기에만 대응 출격한 중국… 수위 조절 ‘상황 관리’

베이징 | 오관철·도쿄 | 서의동 특파원

양국의 ‘무통보 비행’에 맞서 전투기·항모 등 투입 실력행사

미국 B-52 때의 무대응과 ‘대조’… 자국 내 비판 여론 무마 성격도

지난 23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중국이 서서히 실력 행사에 돌입하고 있다. 최첨단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기를 동중국해에 투입하고, 남중국해에서는 항모 랴오닝함이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 B-52 폭격기와 일본 자위대 항공기, 한국의 해상초계기가 잇따라 중국에 사전 통보 없이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면서 중국의 조치를 무력화시키려 하자 중국도 대응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제 수호이-30 전투기와 중국산 젠-11 전투기를 발진시킨 것은 방공식별구역을 고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일의 불인정 전략을 수용할 수 없으며, 미·일에 맞서 치열한 공중 첩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전투기를 출동시킨 28일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방공식별구역 내 정찰활동을 중국 때문에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날이다. 일본 자위대와 해상보안청 소속 항공기들이 지난 23일 이후 중국에 알리지 않고 해당 공역을 비행했다는 소식도 이날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한국도 해상 경계 임무를 맡은 해군 해상초계기 P3-C가 26일 한반도 남서쪽 이어도 상공을 중국에 사전 통보 없이 비행했다. 결국 미국의 B-52 전략핵폭격기 2대가 26일 사전 통보 없이 중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데 이어 일본과 한국이 잇따라 진입하자 중국으로서도 가시적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미군 폭격기 진입에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못해 고조된 중국 내 비판여론을 무마하려는 성격도 있다.

중국의 28일 전투기 출격은 미국에 대해서는 대응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필요시 중국이 전투기의 긴급발진이나 요격 등 강경한 군사조치를 시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중국도 상황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장기간 중국 근해에서 잦은 정찰활동을 벌여 중국의 안전과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점으로 미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두 나라의 첩보 수집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분석했다. 일본 자위대는 대잠 초계기 P3C를 동중국해 상공에 자주 띄웠고, 장거리 레이더를 갖춘 조기경계기 E2C를 통한 감시도 진행해왔다. 미국은 전자정찰기 EP3와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중국 해안 근처까지 침투시켜 정보를 수집했다. 특히 약 1만8000m 상공까지 비행가능한 글로벌호크를 사용하면 중국 해안 근처에서도 내륙의 군사 시설 등을 정탐할 수 있다.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일본의 실효지배를 흔드는 동시에 이 같은 미·일의 감시활동을 저지하려는 포석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방공식별구역 설정에는 장기적으로 동중국해를 ‘내해화’함으로써 분쟁 때 미·일이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는 장기적 목표도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동북아 안보지형이 복잡해지는 상황 속에 미 항모 니미츠호와 조지워싱턴호가 이미 선단을 거느리고 남중국해에 포진했고, 배수량 1만8000t인 일본의 준항모급 호위함 이세(伊勢)호도 필리핀에 도착했다고 환구시보가 29일 보도했다. 중국 랴오닝호도 현재 남중국해에 진입해 있어 미·중·일 3개국의 항모 선단과 준항모급 군함이 남중국해에서 무력을 과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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