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실탄 몰래 넣고 체포해 돈 뜯는 필리핀의 ‘셋업 사건’

권기정 기자

필리핀 현지 경찰관과 짜고 한국인 관광객의 가방에 실탄을 몰래 넣어 체포한 뒤 돈을 뜯어낸 일당 3명이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8일 인질강도 혐의로 서모(58), 신모(52), 임모(5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필리핀 사법당국에 ㅇ씨(50) 등 필리핀 경찰관 3명에 대한 공조수사를 의뢰했다.

서 씨 등은 2012년 12월 초 필리핀 클락의 한 호텔에서 골프관광객 이모씨(43) 등 2명 권총으로 위협, 순찰차에 타운 뒤 근처 파출소로 끌고가 5시간 가량 감금하고 450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신씨는 이씨가 출국하기 위해 호텔 로비에 놓아 둔 골프가방에 권총 실탄 2발을 몰래 넣어 두었다. 이 씨 등이 호텔을 나서려 하자 필리핀 경찰관 3명이 나타났으며 “폭발물 신고를 받고 왔다”며 이 씨의 가방을 뒤졌다. 경찰관들은 가방에서 실탄이 나오자 곧바로 이 씨 등을 파출소를 끌고 갔다.

이후 경찰관들은 임씨와 협상을 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한 뒤 석방대가로 500만원을 요구했다가 이씨 등이 갖고 있던 현금 450만원을 받고 풀어줬다.

임씨는 2009년 국내 한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이씨 등에게 필리핀 골프 관광을 제의해 사흘간 여행 온 이씨 등을 안내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필리핀에서 8년간 거주한 서씨는 현지 경찰관들과 두터운 친분을 이용해 경찰관을 출동시켰고 사설 경비원으로부터 실탄을 구매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나 이씨 등에게 노출되지 않았다.

임씨는 경찰에서 “450만원을 모두 현지 경찰관들에게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필리핀 경찰관 3명 가운데 ㅇ씨의 신원을 파악해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필리핀 사법당국이 맡게 된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과 별개의 사건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폭력조직 양은이파의 두목었던 조양은씨(64)와 신씨를 국내로 압송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번 인질강도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신씨가 이씨의 골프 가방에 실탄을 몰래 넣는 장면이 찍힌 CCTV를 확보한 것이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중혁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이번 사건은 비리경찰을 이용해 멀쩡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돈을 뜯는 이른바 ‘셋업 사건’으로 필리핀에서는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며 “관광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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