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논쟁 불붙는다

송진식 기자

방통위, 인터넷 정보 삭제 요구권 16일 콘퍼런스서 논의

유럽사법재판소 “권리 인정” 판결… 국내서도 5년 전부터 법제화 제기

국정원 등 여론개입 논란 여전… 범위 불명확하면 오남용 우려도

개인이 인터넷상에 노출된 자신의 신상정보나 관련 콘텐츠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 도입 논의가 국내에서도 재점화된다. 잊혀질 권리를 도입하면 개인 사생활 보호는 강화되지만, 악용될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6일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콘퍼런스’를 열고 각계 전문가와 잊혀질 권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방통위는 이를 통해 잊혀질 권리를 도입하면 어떻게 법제화할지, 실제 적용은 어떤 방법으로 할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잊혀질 권리’ 논쟁 불붙는다

잊혀질 권리는 인터넷상에서 개인신상 관련 정보들이 광범위하게 생산·유통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개인정보 과다 노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피해나 잘못된 정보 유통에 따른 명예훼손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국내에서는 온라인에서 특정인의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괴롭히는 이른바 ‘신상털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4~5년 전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지난달 30일 유럽사법재판소가 “인터넷상에 개인정보가 합법적으로 게재됐다고 하더라도 부적당하거나 무관하면 개인은 관련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2년 12월 대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1%가 잊혀질 권리 도입에 찬성했다. 정보통신망법에는 개인이나 기관이 인터넷상의 게시물 등으로 명예훼손 같은 피해를 보더라도, 법원 판결 없이는 삭제가 불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포털 등이 임시로 해당 게시물을 차단하는 ‘블라인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영구 삭제를 위해서는 개인이 추가 입증을 해야 한다.

문제는 잊혀질 권리가 남용되면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국가 권력기관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명예훼손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나 표현물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국가 권력기관의 인터넷 여론 개입 논란이 분분한 국내에선 특히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대선 기간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인터넷상에서 집권세력을 비호하는 조직적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 당시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경찰 등의 요청으로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 게시물을 대량 삭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잊혀질 권리를 도입하더라도 오남용을 막기 위해 그 한계와 범위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잊혀질 권리도 중요하지만 알 권리, 표현의 자유 등의 가치도 팽팽히 맞서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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