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새면 남자친구도 샌다” 할머니들도 요즘엔 많이 와… 비뇨기과 여의사의 ‘은밀’한 세계

박효순 기자

짓궂은 남자 환자에 난감할 때도 있지만 여자가 아니라 의사로 대하니 장점 아주 많아

영화에 나오는 비뇨기과 여의사들. 남성의 은밀한 부분을 거침없이 살펴보고 치료한다. 이런 금녀의 벽을 깬 비뇨기과 여의사는 현재 30여명에 이른다. 비뇨기과 여의사들의 모임도 있다. 이름은 ‘미래를 바라보는 비뇨기과 여의사’라는 뜻의 앞글자를 딴 ‘미녀회’다.

비뇨기과 여의사 1호로, ‘미녀회’ 회장인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44)와 비뇨기과 여의사 3호로 서울 강남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미즈러브비뇨기과 김경희 원장(44)을 만나 비뇨기과 여의사 세계에 대해 물어봤다.

이대목동병원 윤하나 교수(왼쪽)와 미즈러브비뇨기과 김경희 원장이 서울 강남지역에 위치한 공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두 여의사는 부부금실의 요체로 소변의 원활한 소통, 즉 배뇨장애 질환의 치료와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이대목동병원 윤하나 교수(왼쪽)와 미즈러브비뇨기과 김경희 원장이 서울 강남지역에 위치한 공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두 여의사는 부부금실의 요체로 소변의 원활한 소통, 즉 배뇨장애 질환의 치료와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윤하나 교수 “오줌 소통이 부부금실 척도… 비뇨기과 관련 인식 바꿔야”
▲ 김경희 원장 “끙끙대는 남편, 지리는 아내… 이것이 중년 이후의 자화상”

■ 여의사라 여자 환자들 속내 잘 털어놔

- 왜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비뇨기과를 선택했나.

윤하나 교수=1999년 비뇨기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기까지 여의사 중 비뇨기과를 전공하겠다고 나선 이가 한 명도 없었다. 비뇨기과는 외과지만 무조건 수술을 해야 병을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 약물도 잘 써야 한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김경희 원장=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 환자 진료에 여의사라는 점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나.

윤 교수=아파서 병원에 온 환자들은 잘 치료해줄 의사를 찾는다. 의사로서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편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여의사라서 치료를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 말투와 행동에서 여자가 아닌 의사로 보이기 위해 신경을 쓰기도 했다. 여의사라서 증상을 말하기 쑥스러워하는 남성 환자에게 “나는 여자가 아니라 의사로 여기 앉아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수긍했다.

김 원장=2006년 서울시립동부병원에 비뇨기과 과장으로 부임했다.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국공립병원 첫 여자 비뇨기과 과장이었다. 부임 초기 남성 환자들이 여의사에게 진료받기를 꺼렸기 때문에 하루 환자가 7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신기술이던 레이저를 이용한 전립선 비대증 수술이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에 환자가 70명 이상으로 늘었다. 그리고 비뇨기과를 찾는 환자가 남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과 어린이 환자도 많다. 비뇨기과 의사는 남자만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 그럼 비뇨기과 여의사로서 장점은 어떤 게 있나.

윤 교수=비뇨기과 방문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오줌의 소통은 밀접한 부부관계에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장년기를 지나 건강한 노년기, 행복한 노후를 보장하는 ‘삶의 질’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 환자들의 20~30%가 남성인데 배뇨장애 환자가 많고, 성기능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성 환자들은 처음에는 망설이다가도 의외로 깊이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한다. 여자 환자들도 남들에게 얘기하기를 꺼리는 문제 등 깊숙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진료 특성상 은밀한 얘기가 오갈 수밖에 없는 비뇨기과 영역에서 여의사의 장점이 아주 많다.

김 원장=기본적으로 여성 환자들만 전문으로 진료한다. 남편과 아내가 손잡고 찾아오는 ‘부부클리닉’에서만 남성을 진료한다. 방광염, 배뇨장애(요실금, 과민성 방광, 야간빈뇨, 야뇨증, 성기능장애, 방광신경장애) 등 다양한 환자들이 온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70~80대 할머니들도 ‘남자친구 만나야 한다’는 농담을 하며 요실금을 치료하러 오는 시대가 됐다.

- 배뇨장애는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윤 교수=배뇨장애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대형 사건으로 인한 충격 등 정신적, 사회적, 심리적인 요인이 적지 않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배뇨장애 때문에 성격이 신경질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은 진료에 필요한 시간이 1.5~2배가 더 들어간다. 충분한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좀처럼 낫기가 힘들다. 치료와 더불어 본인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배우자의 세심한 배려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김 원장=배우자에게 지린내가 난다고 생각해보라. 또 내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까 고민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할 수 있을까. 한밤중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면 같이 자는 사람의 숙면도 방해할 수 있다. 화장실에 가서 끙끙거리는 남편, 깔깔 웃다가 오줌을 지리는 아내는 중년 이후 많은 부부들의 자화상이다.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말고 부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아야 한다.

“오줌 새면 남자친구도 샌다” 할머니들도 요즘엔 많이 와… 비뇨기과 여의사의 ‘은밀’한 세계

- 유명세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을 텐데.

윤 교수=얌전하게 생긴 40대 남자 환자가 발기가 정상적으로 되는지, 많이 휜 것이 아닌지 꼭 확인해달라고 해 난감했다. 그래서 우락부락한 레지던트를 부른 뒤 ‘발기 유발주사를 맞히고 초음파 검사까지 하라’고 지시하자 슬그머니 도망가 버렸다.

김 원장=서울시립동부병원에서 비뇨기과 과장으로 근무했을 때다. ‘식사대접을 하겠다거나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남자 환자들이 있었다. 드물지 않게 겪던 일이라 의사와 환자의 선을 확실히 긋는 일에 익숙하다. 남녀비뇨기과 통합수술센터를 하고 싶었지만, 환자의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여성전문비뇨기과를 개원했다. 여성비뇨기과 환자 1명이면 2~3명의 일반환자를 보는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 비뇨기과 지원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김 원장=요즘은 안정적인 직장으로 의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뇨기과는 수련과정이 아주 힘든 과로 정평이 나 있다. 더욱이 개원을 해서 진료할 수 있는 종목이 많지 않다. 게다가 진료비도 들인 공이나 전문성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게 문제다. 비뇨기과가 이런 식으로 가서는 개원병원과 대학병원 간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여성 환자들이 비뇨기과를 자연스럽게 찾고, 제때 진료를 받고, 치료받을 수 있으려면 비뇨기과 여의사가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 교수=비뇨기과 질환은 점점 늘고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 전공의 지원이 크게 줄어드는 등 의료인력 수급에 문제가 많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수가체계에서 문제가 비롯된다. 예를 들면 대학병원이 많이 하는 방광암 수술에서 방광 절제 후 장으로 방광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손으로 한땀 한땀 일일이 꿰매는, 난도가 높으면서도 정성이 깃든 수술이다. 하지만 이 부분의 의료수가가 너무 낮다.

■ 숨기지 말고 부부가 손잡고 함께 해결해야

- 두분 다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 1세대인데, 자주 만나나.

김 원장=서로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국내외 학회장이나 비뇨기과의사 세미나에서 일년에 많아야 서너 차례 얼굴을 마주할 정도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비슷한 시기에 ‘여의사 불모지’였던 비뇨기과에서 같이 수련한 공감대를 갖고 있어 만날 때면 친구나 오누이처럼 반갑다. 비뇨기과 여의사로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서로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낀다.

윤 교수=김 원장의 큰아이가 13살이다. 내가 처음 키운 강아지도 어느덧 12살이 되었다.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한번은 방광염에 걸렸는데 오줌을 못 누고 끙끙거리는 게 사람과 어찌나 비슷하던지. 약을 먹이니 금방 낫더라. 외국에 유학갈 때도 데려갔는데 강아지(모두 3마리)들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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