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인간 결합, 어떤 모습일까… 직접 사이보그가 된 과학자 케빈 워릭

남지원 기자

자신과 아내 신경에 칩 연결, 신경신호로 공포감 전달하기 성공

생체칩을 이용해 ‘사이보그 인간’이 되기를 꿈꾼 과학자가 있다. “인간이 컴퓨터와 결합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에 매달린 영국의 저명한 인공지능 연구자 케빈 워릭 레딩대 교수(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7년 전인 1998년 인류 최초로 몸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했다.

컴퓨터·인간 결합, 어떤 모습일까… 직접 사이보그가 된 과학자 케빈 워릭

워릭은 인간이 마우스나 키보드 같은 외부입력장치 없이 직접 컴퓨터와 접속하는 세계를 구상했고, 팔에 동전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이 구상을 실험했다. 9일 동안의 실험 기간에 워릭의 이동 정보는 팔 안에 있는 칩을 통해 고스란히 컴퓨터로 전송됐다. 그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연구실이 있는 건물에 들어서면 불이 켜지고 연구실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워릭은 이 실험을 ‘프로젝트 사이보그 1’이라고 명명했다. 인간의 신체기능에 컴퓨터가 결합된 ‘사이보그’가 됐다는 뜻이다.

4년 뒤 그는 칩을 이용해 인간의 신경신호를 직접 전송하는 실험을 했다. ‘프로젝트 사이보그 2’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실험에서 워릭은 신경계에 직접 칩을 연결하고 인터넷을 통해 신경신호를 보냈다. 그는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에서 대서양 건너 영국 레딩대학에 있는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아내의 신경에도 칩을 연결해 자신이 높은 곳에서 느끼는 공포감을 신경신호의 형태로 아내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몸 안의 칩을 이용한 의사소통이 미흡하나마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워릭은 생체칩이 신경신호를 완벽하게 읽어서 뇌로 전달한다면 신경계가 손상된 환자들을 치료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로봇 팔다리를 이식할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릭은 여전히 인공지능 연구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2008년 살아있는 쥐의 뇌를 이용해 로봇을 조종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유진 구스트만’에 대한 튜링테스트(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과 가깝게 만들어졌는지 가늠하는 시험)를 실시하면서 오랜만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BBC 라디오에 출연해 과거 자신의 ‘프로젝트 사이보그’ 실험에 대해 “인간이 가진 자연적 능력은 기술과 결합하면 더욱 증진될 수 있다”며 “만약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고 ‘보통 인간’으로 남는다면 우리는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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