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회담 화기애애···남북회담 문화 확 바뀌었다

15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종전의 남북회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남측의 실사구시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실력·실리·실적의 ‘3실(實)주의’가 맞닿았다는 평가다. 이같은 흐름이 새로운 남북대화 시대의 이정표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형식적 변화다. 남북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아이디어로 원탁에 둘러앉아 회담을 진행했다. 매번 직사각형의 양쪽에 나뉘어 앉은 판문점식 대치 행태가 마치 가족회의의 풍경으로 바뀐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자연 긴장보다 웃음이 흘렀다.

마지막날 종결회의 대신 양측 수석대표가 취재진 앞에서 공동보도문을 낭독하는 장면도 처음 연출됐다.

두가지 모두 처음 시도된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북측 단장은 시종 상대를 깍듯이 예우하는 자세를 보였다. 북측 대표단이 반북단체의 시위 등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 또한 유연해진 회담자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형식의 변화는 곧 내용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1970년대 적십자회담 이후 심심찮게 등장했던 상호비방이나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마련했던 ‘제안을 위한 제안’이 사라졌다.

회담 방식도 변했다. 남북은 서로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의제를 우회해 당장 또는 가까운 미래에 달성가능한 목표만을 원탁에 올려놓고 속도감 있게 논의를 진행했다. 남측이 지난 주말까지만해도 핵심 제안으로 준비했던 서울과 평양 상주연락사무소 설치를 공동보도문 초안에서 제외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을 위해 몇가지 획기적인 제안도 마지막 순간에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담의 달라진 모양새를 질적 변화로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타협과 절충 모색이라기보다 ‘6·17 대좌’의 구두합의를 정리하는 수준이어서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곧이어 진행될 장성급회담 등 일련의 ‘하위회담’은 남북회담의 변화상을 더욱더 고찰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될 전망이다. 모처럼 시작된 새로운 회담 문화가 1회성 ‘전시(展示)회담’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변화로 뿌리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김진호기자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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