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이 추모다’ 구호가 북 지령?…민주노총 “쓴 적 없다”·촛불행동 “우리가 만든 것”

윤기은 기자

일부 언론 “북, 구호 담은 지령문 하달”

민주노총 “검토한 적도 없다” 전면 부인

국민의힘 ‘종북 간첩단과 전쟁’ 색깔론

김기현 대표 “민노총의 추악한 민낯”

지난해 11월19일 촛불행동이 주최한 집회 참가자가 서울 중구 시청역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서 ‘퇴진이 추모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촛불행동 제공

지난해 11월19일 촛불행동이 주최한 집회 참가자가 서울 중구 시청역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서 ‘퇴진이 추모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촛불행동 제공

민주노총이 ‘퇴진이 추모다’ 등 10·29 이태원 참사 직후 열린 집회에서 등장한 구호가 민주노총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북한의 지령문에 담겼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이 주최한 집회에서 ‘퇴진’ 용어를 쓴 적도, 쓰는 것을 검토한 적도 없다”고 했다. 참사 후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온 촛불행동 측은 해당 문구를 두고 “우리가 직접 만든 구호”라고 했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은 내부 논의에서 현 정부 ‘퇴진’이 아닌 ‘심판’ ‘규탄’등의 단어를 포함한 구호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공식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이라는 구호를 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조합원들이 ‘퇴진 운동에 결합하는게 어떠냐’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박근혜 퇴진 요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국가정보원·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관계자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북 지령문을 발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태원 참사 후 북한이 ‘퇴진이 추모다’ ‘국민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등의 구호를 담은 지령문을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게 하달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집회 구호를 정할 때 내부에서 안건 상정, 회의, 토론 등의 절차를 밟으며, 이 과정에서 (퇴진 용어를 쓰기로) 결정한 바도 없고, 집행도 하지 않았다”면서 “촛불행동 등 윤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에는 정중하게 ‘저희끼리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오히려 퇴진 운동을 벌이는 단체와 거리를 두었다는 것이다.

‘퇴진이 추모다’‘이게 나라냐’ 등 구호를 집회에서 사용한 촛불승리전환행동 측도 반박에 나섰다. 안진걸 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는 통화에서 “그 구호들은 내가 만든 것”이라며 “북 지령에 의해 쓰인 구호라는 건 100% 가짜뉴스”라고 했다.

안 대표는 “해당 구호들은 수많은 시민들이 제안했고, 저도 개인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회의도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정해진 구호”라며 “북한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 내건 ‘이게 나라냐’와 같은 구호를 그대로 가져왔거나 ‘퇴진이 추모다’ ‘퇴진이 평화다’처럼 일부 변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촛불행동의 퇴진 집회에 나온 적 없다”고 했다.

여당은 해당 보도를 근거로 대대적인 색깔론을 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 당의 모든 당력을 모아 종북 간첩단과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종북 간첩단에 놀아나고 북한 노동당의 2중대로 전락한 민노총의 추악한 민낯”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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