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원하세요?”성전환 전문의 장송선

지난달 말 서울 강남의 비뇨기과의원 프리마크리닉의 수술실. 5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김태식씨(가명)는 여자로 다시 태어났다. 27년간 몸에 지녀왔던 남성 성기를 제거하고 거기에 여성 성기를 만들어 붙였다. 내친 김에 얼굴 턱의 각진 부분도 부드럽게 다듬었다. 수술실에서 아들의 수술 장면을 지켜보던 김씨의 어머니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도 김씨의 표정은 밝았다. 이제서야 비로소 자신의 성(性)을 찾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자 몸을 갖고 싶었던 김씨의 소원을 풀어준 사람은 비뇨기과 전문의 장송선씨(45).

“천형도 이런 천형이 없어요. 남자 몸에 여자 마음을 갖게 했으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분들이 많겠지만 이런 트랜스젠더(transgender·성전환자)들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아들, 딸이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그는 김씨같은 사람들을 ‘환자’라 부르지 않는다. 대신 ‘사회적 소수’라고 표현한다. 세상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듯이 남녀로 사람을 구분짓는 것에도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성전환은 정신적인 성과 육체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병’이다. 이른바 호모나 레스비언 등 동성연애자도 넓은 의미에서는 같은 범주로 넣을 수 있지만 성전환자는 이보다 증세가 더 심각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사춘기 이후에도 자신의 선천적 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감과 부적절감을 느끼며 2년 이상 1차 및 2차 성징을 제거하고 상대 성징을 획득하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다. 이성 속옷을 껴입고 성적 흥분을 느끼는 성도착과는 구별해야 한다.

성전환 치유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정신을 육체에 맞추거나 육체를 정신에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성전환자들은 비뇨기과보다는 정신과를 먼저 찾는다. 정신을 육체에 맞추기 위해서다. 그래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 경우 김씨처럼 비뇨기과에서 육체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물론 대부분은 병원을 찾지 않고 주위에 자신의 성전환 사실을 숨기며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최근 탤런트 홍석천의 커밍아웃(스스로 성전환자 혹은 동성애자라고 사회와 대중 앞에 선언하는 것)으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육체는 남자이지만 정신은 여자인 사람이 3만명당 1명, 여자의 육체에 정신은 남자인 사람이 10만명당 1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구체적인 통계가 없지만 외국 자료를 그대로 적용할 때 대략 1,000명 안팎의 성전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장송선씨가 성전환에 관심을 가진 것은 비뇨기과 의사로서의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러다 자신의 성기를 거세해 달라는 한 성전환자를 만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남자이면서도 여자인 사람.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사람. 그 환자는 성기를 거세해주지 않으면 목숨을 끊겠다고 애원 겸 협박을 했다.

성전환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 초, 그는 성전환 시술을 공부하기 위해 외국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미국, 네덜란드 등에 가서 정보도 얻고 기술을 익혔다. 성전환 관련 학회가 있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세계 어디라도 날아갔다.

그렇게 익힌 기술로 여자가 되고 싶다는 남자를 처음으로 수술하던 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만에 하나 실수를 하면 어쩌나. 메스를 잡은 손이 떨렸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후 그는 성전환 전문의로 데뷔했다.

그 뒤 지금까지 수십명을 시술했다. 성전환 기술도 그 사이 눈부시게 발전, 외견상으로는 남자를 완벽하게 여자로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성전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그의 기술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성전환자들이 커밍아웃을 꺼리는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의 전문분야를 밝히기 꺼려왔다. 신의 섭리에 거스른다는 종교계의 비난과 ‘돈을 벌기 위해 비도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세인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웠다. 그 스스로도 성전환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성전환자들을 접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그들을 위해 용기를 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지금은 성전환자들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들에게 무료로 의료상담도 해준다.

“만나보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성 정체성이 다르고, 이성에 대한 취향이 좀 다를 뿐이지요. 남자지만 여자보다 남자를 더 좋아하는 것이 차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전환자에 대해 AIDS나 전파하는 불결하고 위험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성전환자들은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변변한 직업을 갖고 사회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이 가족제도를 뿌리째 흔들만큼 힘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음지에서 쉬쉬하며 이뤄지고 있는 성전환 문제를 이제는 공론화할 때가 됐다.

-[취재수첩]남성을 여성으로 만드는 수술이 대부분-

성전환 시술은 남성을 여성으로 만드는 수술이 대부분이다. 여성을 남성으로 전환하는 시술도 있지만 거의 행해지지 않는다.

여성화 수술은 과거 1960~70년대에는 단순히 남성 성기를 제거하는 수준이었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요즘은 거의 완벽하게 여성을 재현한다. 성기 모양 및 구조도 거의 똑같고 성적 쾌감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배뇨의 어려움도 없다. 그러나 자궁이 없으므로 임신은 불가능하다.

수술에 앞서 호르몬요법을 쓴다. 에스트로겐 같은 여성호르몬을 몸에 투여하는 것이다. 호르몬을 투여하면 한달 이내에 가슴이 볼록해진다. 손톱과 머리카락도 빨리 자란다. 근육량이 줄어들고 피하에 지방이 축적돼 체형이 여성으로 바뀌게 된다. 6개월이 지나면 남성으로서의 생식능력도 사라진다. 그러나 고환은 그대로 남고, 목소리도 변하지 않는다. 1~2년 정도 호르몬요법을 쓰면 전체적으로 외관이 거의 여성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시기에 수술을 시행한다.

여기에 성형수술을 덧붙이기도 한다. 얼굴은 턱을 뾰쪽하게 다듬고 코를 낮춘다. 겨드랑이를 절개해 실리콘백을 넣고 엉덩이에는 피하지방을 주사해 부풀린다. 성기를 바꾸는 데는 2~3시간, 미용성형까지 하면 4~5시간 정도 걸린다.

장씨는 “수술이 최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차선책은 되는 것 같다”며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86%가 수술 결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창민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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