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X 10돌]창간호 첫 페이지 장식한 룰라 10년후

요즘 인터넷 검색창에서 ‘룰라’를 검색하면 열에 아홉 건은 브라질의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에 관한 뉴스다. 룰라 대통령은 내달 24일 방한 예정이라 더 많은 소식이 쏟아진다. 하지만 ‘매거진 X’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1995년 5월1일엔 사정이 크게 달랐다. 당시의 ‘룰라’는 남미의 대통령이 아닌, 한국의 4인조 혼성 댄스 그룹이었다. ‘날개 잃은 천사’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룰라는 이날 ‘매거진 X’ 프론트 페이지를 장식했다.

6세 때 아버지를 여읜 이상민은 20여 가지 일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라면을 주식으로 하는 ‘배고픔의 시간’을 견딘 끝에 94년 데뷔 앨범을 냈다.

1집 녹음이 거의 끝나가던 시점에 합류한 김지현은 나이에 비해 성숙해보이는 외모가 약점이었다. 그러나 부드러운 곡선이 드러난 긴 치마, 고혹적인 눈매를 강조한 ‘날개 잃은 천사’의 춤동작과 함께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김지현이 허벅지를 한 번씩 칠 때마다, 시청률은 올라가고 남성팬들은 넋을 놓았다. 무뚝뚝한 랩을 선보인 고영욱(29), 남자같은 차림의 채리나(28)도 나름의 영역을 확보했다.

시간은 흘러 룰라는 2001년 베스트 앨범 성격의 8집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했다. 그 후 네 멤버들은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팀의 리더였던 이상민은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2000년 매니지먼트 회사 ‘상마인드’를 설립했지만 큰 이득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해 3월 서울 삼성동에 ‘라이브 스포츠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김미 파이브(Gimme Five)’를 열어 1백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김미 파이브’는 10월쯤 경기 평촌에 2호점을 개장한다. 이상민은 매니지먼트 사업도 계속해 5월말 발매 예정인 백지영의 신보에도 전체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또 부인 이혜영이 차린 의상브랜드 ‘미싱 도로시’ 경영에도 참여중이다.

김지현은 영화 ‘썸머 타임’을 통해 연기자 선언을 했으나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이후 2장의 솔로 앨범을 냈고, 주로 옛 룰라 시절의 섹시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다. 올해 발매를 목표로 다음 음반도 준비중이다. 그녀는 현재 청담동에서 와인바도 운영하고 있다.

고영욱은 룰라 1집 때의 멤버였던 신정환과 지난해 ‘신나고’를 결성해 음반을 내놨지만, 현재는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대신 여러 오락 프로그램 패널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그는 1주일에 1회씩 SBS FM ‘이현우의 뮤직라이브’의 ‘뷰티 앤 더 비스트’ 코너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해 청취자들의 연애 고민을 상담하고 있다. 또 SBS의 ‘TV 동물농장’에 수많은 개를 키우고 있는 고영욱의 집이 소개돼 화제가 됐다.

17세의 나이에 룰라 멤버가 된 채리나는 해체 이후 여성 댄스 그룹 디바 멤버로 활약했다. 현재는 여름 발매를 목표로 솔로 2집을 준비중이다. 데뷔 10년을 기념한다는 의미에서 최고의 음악인들과 세션을 참여시켜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채리나는 의류 사업 진출에도 뜻을 두고 있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