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위 삐삐밴드 ‘문화혁명’

성우진 | 음악평론가

펑크에 담은 90년대 ‘문화혁명’

붉은색 갈래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말썽꾸러기 초능력 소녀 ‘삐삐’의 이름을 딴 혼성 3인조 밴드. 이들의 음악은 실로 속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른 녀석(?)들의 정체를 미처 파악하기 전에, 나름 음악적 감각이 있는 이들은 17~18년 전 바로 그 밴드와 그 노래를 떠올렸다. “아니 뭐 이런 유치한 노래가 다 있어!”라고 말하다가도 자꾸 듣다 빠져버린 산울림의 ‘아니 벌써’나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를 말이다.

[대중음악 100대 명반]51위 삐삐밴드 ‘문화혁명’

그리고 다시 방송을 통해서, 여름이라 제철을 지나 구하기도 어려운 ‘딸기’가 좋다며 악을 써대는 노래를 듣는 순간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가 1995년이었으니 DJ DOC, REF, 박미경 등의 여름용 댄스곡들이 인기를 얻었던 시절이다. 언더그라운드 계열에서는 하드 록, 헤비메탈 밴드들이 사라져가며 장발 스타일이 오히려 귀해지던 때였고 막 ‘인디’라는 단어와 음악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전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록 음악 역사를 거슬러보고 다시 90년대 중반이라는 시대를 대입해 보아도 ‘삐삐밴드’의 등장은 데뷔 앨범의 타이틀 그대로 ‘문화혁명’임에 분명했다. 또 그만큼의 비중도 있었다. 비록 상업적인 성공이나 경제적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해도 화제성이나 음악적 시도에서는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고도 남았다. ‘시나위’ ‘카리스마’ ‘H2O’ 등의 밴드 멤버로 각자의 역량이나 연주 실력 등을 선보여온 베테랑 뮤지션인 강기영과 박현준이 먼저 의기투합했고 21세기형 ‘한국 삐삐’로 적격이었던 이윤정은 탁월한 패션 감각과 엉뚱함, 그리고 별난 목소리와 창법까지 지닌 여성 멤버였다. 이들은 행동방식 또는 반항적인 목적이 아닌 색다른 시도와 스타일로서 ‘펑크(Punk)’를 추구하게 된다. 배후(?)에는 소속사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송홍섭이 든든히 버티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관점에 따라 대한민국 최초의 상업적인 펑크 앨범으로 불리기도 하는 ‘문화혁명’은 70년대 후반의 ‘펑크’보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하던 팝 펑크의 성향이 짙다. 뉴웨이브, 재즈, 레게, 로큰롤, 헤비메탈 등 다양한 스타일이 두루 혼합돼 이들만의 개성을 만들었다.

앨범 재킷에는 붉은색 펑크 헤어스타일을 한 전형적인 삐삐 복장의 이윤정과 촌스러운 복장을 한 강기영과 박현준 세 사람 모두 각기 다른 느낌의 악기를 들고 있다. 거기에 익살스럽게 표현된 해와 달, 별과 구름은 이 앨범의 성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뒷면에 인쇄된 모든 관련 스태프들의 단체사진은 이 앨범이 얼마만큼 자유롭고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제작되었는지 알 수 있다. 주로 신세대들의 일상이나 세태를 다루는 가사 등을 통해 현실 표현이나 비판 등도 담으며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도 하다. 노래로 들리는 가사와는 달리 ‘안녕하세요’는 부클릿 내 인쇄된 가사에서 괄호 안에 설명을 달아 본 의도를 전하고 있어 목적의식이 더욱 확실해진다. 특히 ‘슈퍼마켓’ ‘요즘 애들 10계명’ ‘도레미파솔라시도’의 가사는 꼭 한 번 읽어보거나 자세히 살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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