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국민통합 후퇴 ‘5·18민주화 정신의 위기’

김광호기자

어제 29주년… 李정부 2년차 정치세력도 ‘실종’

한승수 국무총리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29주년 기념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은 극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서로 힘을 합쳐 민주화를 이뤄낸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또 ‘5·18 정신’을 자산으로 “낡은 이념이나 계층·지역 간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국민 통합’을 당부했다.

한 총리의 말처럼 ‘5·18 광주’는 우리 사회 인권과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피흘림’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5·18 영령 추모 ‘나비 날리기’ 광주 국립 5·18 묘지에서 18일 거행된 ‘5·18 광주민중항쟁 2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앞줄 왼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영령들의 부활과 추모를 의미하는 2009마리의 흰나비를 날리고 있다.   광주 | 김문석기자

5·18 영령 추모 ‘나비 날리기’ 광주 국립 5·18 묘지에서 18일 거행된 ‘5·18 광주민중항쟁 2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앞줄 왼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영령들의 부활과 추모를 의미하는 2009마리의 흰나비를 날리고 있다. 광주 | 김문석기자

하지만 지금 ‘5·18 정신’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변화한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 현실 속에서 ‘5·18 정신’은 가볍게 여겨지고 광주만의 것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보수·진보를 떠나 지금 한국 민주주의 원칙과 가치의 후퇴를 말하고 있다. 집회·시위 불허와 강경 진압, ‘금서 목록’의 재등장, 언론인 구속과 언론장악 논란 등 사상·양심·표현의 자유는 제한당하고 있다. 종부세·양도세 완화, 대대적 수도권 규제 완화, 노동유연화 등 다원성 확보를 통한 사회적 통합성도 위기다. 그 간극을 메워야 할 정치권의 ‘대의 정치’는 소위 ‘MB(이명박 대통령) 입법’ 일방 독주 속에 국회가 열릴 때마다 충돌을 반복하며 실종 상태다. 그 결과 ‘광주 정신’에 대한 경외심과 무거움도 희미해지는 현상이 목도된다. 당장 지난해 직접 기념사를 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29주년 기념식에 불참하고, 한 총리의 기념사로 갈음했다.

1980년대 저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통해 광주의 진상을 고발했던 작가 황석영씨는 지난 13일 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 “광주사태 같은 사건이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으나 70년대 영국 대처 정부는 시위 군중에게 발포해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라고 말해 ‘폄훼’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더욱 문제는 내년으로 30주년을 맞는 ‘광주 정신’의 앞날이다. 바로 ‘5·18 정신’을 지향·실천할 정치 세력의 약화·부재의 상황 때문이다. ‘5·18 정신’의 적자를 자임해온 386 정치인들은 참여정부 실패의 폐족(廢族)이 되면서 목소리를 잃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지도부와 유력 정치인들이 모두 따로따로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참해하면서 분열상만 노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광주는 조국의 민주화를 확고한 반석에 올린 자랑스러운 성지”(박희태 대표)라며 광주를 향해 다가서고 있지만, 이날 소속 의원 일부가 특전사 격려 방문에 나선 ‘무신경’에서 보듯 그 진정성은 요원하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광주 정신이 우리 사회에 준 과제는 민주화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요구 두 가지”라며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권위주의 통치로 퇴행하면서 이런 가치들이 후퇴하고 있고, 광주 정신 계승을 자부한 민주화 세력들도 설득력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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