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주당 집권으로 NHK 정치 외풍 줄 것”

설원태 선임기자

황성빈 릿교대 미디어과 교수 “보수세력 영향 덜 받아”

“日 민주당 집권으로 NHK 정치 외풍 줄 것”

“이번 일본 총선을 계기로 일본 정치 판도가 크게 변한 만큼 향후 NHK에 대한 정치인의 간섭도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황성빈 일본 릿쿄(立敎)대학 미디어사회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아시아에서의 뉴스 흐름’이라는 국제학술행사에 참여해 ‘외풍에 시달리는 NHK’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황 교수가 언급한 NHK의 현실은 2000년 말 열린 일본 등 7개국의 비정부기구(NGO)들이 도쿄에서 ‘여성 국제전범재판소’라는 모의재판을 방영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을 가리킨다.

당시 이 모의재판에 참가한 세계 민간 운동단체들은 히로히토 일왕과 일본국에 대해 ‘전쟁범죄 및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결했다.

이 모의재판은 세계의 민간 운동단체들이 처음으로 히로히토 일왕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이었다. 당시 이 재판은 세계 언론에 의해 크게 보도됐으나, 유독 일본 국내에서는 보도되지 않았다. 가장 진보적인 아사히 신문이 조그맣게 보도했을 뿐이었다.

“NHK가 일본의 공영방송으로서 종군 위안부에 대한 세계 각국 NGO들의 재판을 보도했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합니다. 하지만 보수세력과 정치인의 영향을 받아 프로그램 제목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황 교수는 “이런 상황을 생각한다면 NHK가 2001년 1월30일 일본의 전쟁 책임에 관한 4부작의 하나로 이 재판을 40분 동안 방송했다는 점은 대단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최종 방송될 때까지 정치권의 영향으로 몇 차례 제목이 변경됐고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NHK 간부들이 정치인 아베 신조를 만나 이 프로그램을 미리 보여준 다음 프로그램의 내용을 많이 바꿨다는 점이라고 황 교수는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하청업자 VAWW-NET는 방송 직후 일방적인 내용 변화에 항의해 NHK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소송은 몇년에 걸쳐 마침내 최고재판소에까지 올라갔다. 최고재판소는 “NHK가 자유롭게 편집할 권리를 갖는다”면서도 NHK 직원들이 아베를 만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일본의 ‘방송윤리 및 프로그램 개선 조직’은 NHK에 대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려면 프로그램 내용을 방송 전에 정부 고위 관리에게 설명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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