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죽산보 수위, 농지보다 1m 높게 설계…나주평야 침수 우려

나주 | 배명재 기자

“습지화 피해 시간문제” 전문가·주민 “건설 철회”

국토청은 “이상 없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영산강 죽산보의 관리 수위를 주변 농토보다 높게 설계하는 바람에 우리나라 대표적 곡창지대인 나주평야 520㏊(156만평)가 침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토목·환경 전문가들과 농민들은 죽산보 건설 철회를 요구했다.

5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과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길이 607m의 죽산보를 만들기 위해 4개월째 공사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죽산보를 건설한 뒤 물을 가둬 유지하는 관리 수위를 해발 3.5m로 설계했다.

이 같은 높이는 해발 2.5m인 주변 농경지보다 1m나 높다. 죽산보가 예정대로 완공될 경우 보에 있던 물의 압력이 보와 인근 농경지의 지하수 수위를 동시에 상승시켜 대규모 농지 침수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죽산보 인근 지역인 다시·왕곡면 일대는 나주평야(2만3000㏊) 가운데서도 핵심지대로 꼽히고 있다.

영산강 죽산보 수위, 농지보다 1m 높게 설계…나주평야 침수 우려

경향신문과 죽산보 현장을 함께 둘러본 유원일 의원은 “지하수는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결국 서로 소통돼 보 안팎의 수위가 같아진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며 “결국 농지 쪽의 수위가 높아지게 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주변 농지 침수뿐 아니라 마을의 건축물과 지반까지도 불안정해지는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창근 교수도 “최근 죽산보 공사현장 방문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정부에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이상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면서 “잘못 설계돼 관리 수위를 낮추기로 한 낙동강 함안보처럼 죽산보도 그런 절차를 밟든지, 보 공사 건설을 아예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근 지역 농민들은 죽산보 공사로 다시면 가흥·신석·죽산리 농지 225㏊와 왕곡면 옥곡·월천·본양리 농지 295㏊ 등이 습지로 변하거나 집중호우 때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나주시 다시면 신석리 보리밭 10만㎡는 지난달 12일 내린 비(35㎜)로 영산강 지류에서 역류한 물에 잠긴 바 있다. 농민들은 죽산보가 준공되면 이 같은 피해가 상습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설계·시공을 함께 맡은 업체가 지하수 수질 변화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국토해양부에서도 이를 검토해 ‘이상 없다’는 판단을 내린 후 착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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