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세계문화유산의 역설… ‘4대강’에 사라질 ‘하회 모래톱’

김광호 기자

경북 안동 하회마을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4대강 사업의 자연환경 훼손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하회마을을 감아 흐르는 낙동강변 모래톱 유실, 만송정(1만그루 소나무 군락) 훼손 등의 우려가 줄곧 제기돼온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근본적 취지인 전통과 자연의 ‘보존’ 문제와 충돌하면서 4대강 사업 문제의 단적인 상징으로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감싸도는 낙동강변 모래톱이 낙동강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안동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난 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감싸도는 낙동강변 모래톱이 낙동강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안동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실제 그간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을 보면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4대강 사업 일환으로 하회마을 강변을 깊이 1m 안팎으로 준설하고, 나루터 지점에 높이 3m의 보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 때문이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지역 주민들의 “모래밭이 사라져 경관을 크게 해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저항에 부딪혀 지난해 7월 무산됐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하회마을 하류 4.5㎞ 지점에 구담보가 건설되면 하회마을의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내성천 상류에 영주댐까지 건설돼 모래 유출량이 줄어 모래톱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하회보를 없앴지만 그 아래 구담보로 인해 보 상류에 물이 정체될 수 있고 이 경우 백사장에 개흙이 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4대강 사업을 하게 되면 하회마을처럼 물이 휘감는 마을형태(물도리동)와 모래톱은 대부분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더구나 지금 계획상으로도 하회마을의 수로 쪽은 일부 준설계획이 잡혀 있고, 강변 양쪽으로 자전거 도로가 건설될 예정이어서 그에 따른 경관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선정의 본질은 인간·자연·역사가 수백년 세월 용해돼 현대 기술로도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문화유산을 ‘보존’할 것을 요구한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향후 정부가 4대강 사업 등으로 ‘보존’에 실패할 경우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독일의 엘베 계곡이 관광 특수를 겨냥해 대규모 교량을 건설하는 바람에 세계문화유산 목록에서 삭제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이 같은 본질은 외면한 채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열광하듯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른 표면적인 ‘국격 향상’만 홍보하는 상황이다. 자칫 하회마을의 오늘은 4대강 사업의 현실과 우리 문화유산, 자연의 현재와 미래를 역설적으로 증언하는 상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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