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데이터센터, 한국 외면한 까닭

채진석 | 인천대 교수·컴퓨터공학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에 검색어를 입력하게 되면, 우리가 입력한 검색어는 인터넷을 통해 서버라고 부르는 컴퓨터로 전달된 후,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적절한 검색 결과를 찾은 다음, 다시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의 컴퓨터로 검색 결과를 돌려주게 된다.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에서 동시에 수십만 건의 검색어를 처리해 바로 바로 검색 결과를 돌려주기 위해서는 수천에서 수만 대에 이르는 서버가 필요한데, 이렇게 수많은 서버를 한 군데 모아놓고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곳을 데이터 센터라고 부르고, 특별히 인터넷 사업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곳을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Internet Data Center)라고 부른다.

[과학 오디세이]구글 데이터센터, 한국 외면한 까닭

일반적으로 데이터 센터에 있는 컴퓨터는 중단 없는 서비스를 위해 24시간 켜져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항상 켜져 있는 수많은 컴퓨터를 한 군데 모아 놓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서 ‘전기 먹는 하마’라고도 불리는데, 대형 데이터 센터의 경우에는 수십만 명 규모의 소도시 전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맞먹는 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부산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단지에 입주한 대형 데이터 센터는 인구가 22만 명인 충주시 전체의 전기 사용량보다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 센터라면 연간 전기요금만 해도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는 온도가 높아지게 되면 속도가 느려지고,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하는 전기 중에는 실제로 컴퓨터를 동작시키는데 필요한 것 외에도 뜨거워진 컴퓨터를 식히는데 상당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의 전체 전기 사용량 중에서 컴퓨터를 동작시키는데 필요한 전기는 6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40%는 뜨거워진 컴퓨터를 식히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하는 서버 1대의 전력 소모량을 1킬로와트(㎾)라고 하면, 이것은 대충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다리미 1대의 전력 소모량과 비슷한 수준에 해당한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의 거실에 1킬로와트짜리 다리미 수 십대를 24시간 켜 둔 다음,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서 열이 펄펄 나는 다리미를 계속해서 식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데이터 센터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365일 24시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 센터의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식히는데 사용되는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기온이 낮은 곳에 데이터 센터를 짓는 것이 기본이다. 데이터 센터를 짓기에 적합한 곳을 꼽으라면 세계적으로는 러시아의 시베리아 벌판이나 알래스카 정도가 적당한 것 같고, 한반도에서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개마고원이 적합할 것 같다. 개마고원의 연평균 기온이 섭씨 1~4도 정도 된다고 하니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외부 공기만 유입시켜도 컴퓨터를 식힐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두 통일이 되어 개마고원에 데이터 센터를 짓는 꿈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얼마 전 구글이 아시아 지역 세 곳에 데이터 센터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낮은 전기료, 풍부한 IT 인프라 등의 장점을 내세워 구글의 데이터 센터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구글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3곳에 데이터 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이 같은 결정은 순수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는데, 세 나라 모두 한국보다 전기료가 비싸고, 아열대 기후에 속해 연평균 기온이 한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한국을 외면한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것으로 보인다. 2011년 5월 경찰이 모바일 광고와 관련해 구글을 압수수색한 적이 있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구글은 한국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사의 데이터 센터를 압수수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한국에서는 구글이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고객 보안 우선’이라는 원칙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현 정부에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데이터 센터를 유치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 진정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라면 당연히 기업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 경제적인 면만을 고려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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