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넘는 콘서트 표값의 ‘불편한 진실’

강수진 기자

치솟는 티켓 값에도 공연기획사는 ‘영세’

가수 홍길동씨의 10만원짜리 콘서트 티켓을 온라인 티켓 사이트에서 구매했다고 치자. 과연 원가는 얼마나 될까. 10만원 중 1만원(10%)가량은 먼저 부가세로 징수된다.

또 3000원(3%)은 공연 이후 보름 내로 저작권 사용에 대한 대가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 빠져나간다. 여기에다 온라인 예매 사이트가 거둬가는 중계수수료는 6000원(6%)이다. 이후 장소를 대여해준 공연장이 이른바 ‘할부 대관료’의 개념으로 최소 5000원에서 최대 2만원(5~20%)을 가져간다.

할부 대관료를 20%까지 적용했다면 남은 돈은 6만원. 여기에 음향팀, 조명팀, 코러스팀, 연주팀, 안내요원팀 등의 인력비를 포함해 의자 대여, 무대 세트 및 특수효과 설치 비용 등 공연에 필요했던 모든 자재비, 공연장 기본 대관료 등이 지불돼야 한다. 기본 대관료는 할부 대관료와는 별도다. 가수들의 개런티도 있다. 이것저것 다 빼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요즘 콘서트 기획사들의 불평이다.

가수 싸이가 지난해 10월 서울 시청광장에서 미국 빌보드 차트 진입을 기념해 8만여명의 시민을 상대로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공연을 실제 콘서트장에서 보려면 입장료로 1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 연합뉴스

가수 싸이가 지난해 10월 서울 시청광장에서 미국 빌보드 차트 진입을 기념해 8만여명의 시민을 상대로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공연을 실제 콘서트장에서 보려면 입장료로 1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 연합뉴스

콘서트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티켓 가격이 너무 높다. 대학생 강나영씨(21)는 “1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콘서트 입장권은 우리 같은 학생이 쉽게 부담할 수 없는 가격”이라며 “이 때문에 1만원대의 영화를 보고 만다”고 말했다.

약사인 김성태씨(41)는 “인기 가수들과 해외 가수들의 내한 공연 티켓값은 20만원까지 육박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가족들과 함께 보면 기본 40만원이 지출되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류 가수들이 한·일 양국에서 개최하는 콘서트의 티켓 값은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물가차를 고려한다면 한국이 비싸다.

콘서트 기획사를 운영하는 ㄱ씨는 2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2012년 한 해 동안 스무 개의 공연을 치러 매출 20억원을 올렸지만 수익은 전부 합해 1%도 채 안되는 2000만원대 미만이었다”고 했다. “티켓 값은 오르지만, 영세성을 면하기 힘들다”면서 “콘서트 시장 구조에 납득하지 못할 문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10만원 넘는 콘서트 표값의 ‘불편한 진실’

지난 19일 오후 입장권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 티켓’에 3월30일 울산KBS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YB와 리쌍의 콘서트 ‘닥공’이 취소됐다는 안내문이 떠올랐다.

콘서트 기획사는 “공연장 측의 과한 대관료 산출법으로 인해 의견 충돌이 일어나 부득이하게 공연을 진행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기획사 쇼노트의 한민구 본부장은 “울산KBS홀이 스폿 광고료 일부를 포함한 채 ‘할부 대관료’ 개념으로 티켓 값의 20%를 요구하면서 공연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의 취재에 울산KBS홀 측은 “담당자가 없어 대답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할부 대관료는 일반적으로 공연장 운영주체가 공연장을 대여하면서 요구하는 ‘지분’을 뜻한다. 기본 대관료를 낮춰주는 대신 지분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관행이다.

공연장에 따라 부르는 용어도 ‘공연장 사용료’ ‘체육시설 대관료’ 등으로 제각각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를 조례로, 각종 문화단체는 내규로 정한다. 규정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수익 사업의 일환으로 이 같은 할부 대관료 개념을 고무줄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가수의 콘서트에 20%까지 적용하곤 한다. 2003년 문화부는 할부 대관료율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폐지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추진했지만, 결정권이 지자체와 체육기관 등에 있어 개선되지 못했다.

공연계에서는 이 할부 대관료를 대중가수 콘서트의 티켓 값을 높이는 ‘주범’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월 공연 기획사 27곳은 ‘한국콘서트제작자협회’를 세워 이 문제와 관련한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한국콘서트제작자협회 추종균 이사장은 “할부 대관료는 대표적으로 개선돼야 할 불합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할부 대관료를 챙기고도 전기세와 수도세, 난방비, 청소비, 바닥 보호용 매트 사용료 등을 따로 징수해간다는 것이다.

주차비도 관객들에게 모두 짐 지운다. 10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하고도 주차비 면제 혜택도 없다고 한다. 출연진과 공연 기획사의 차량 주차비도 내야 해 티켓에 비용이 전가된다. 추 이사장은 “15년 전 당시 인기 공연물이었던 김광석씨의 티켓 값이 1만3000원 정도였고, 그 시절 대다수 콘서트의 주요한 관객층은 대학생이었다”면서 “지금은 티켓 값이 대학생들이 소화할 수 없는 가격대가 되며 과거와 달리 학사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이 개선된다면 티켓 값의 20%를 낮추고도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 대관료도 공연 내용에 따라 다르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의 대관 사용료 규정에는 클래식(국악·재즈 포함) 음악 공연의 경우 113만원, 연극·무용 158만원, 뮤지컬·오페라 204만원, 대중음악은 306만원을 징수하도록 돼 있다.

클래식 연극 등 순수예술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시장이 커진 뮤지컬과 비교하면 역차별이라는 것이 공연기획사의 입장이다. 순수 예술분야는 각종 면세 혜택이 주어지고, 뮤지컬에서도 창작 작품일 경우 상당한 면세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차별화된다. 징수되는 저작권 사용료율 3%도 미국보다 높다. 미국의 경우 통상 1% 정도를 저작권단체가 거둬간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는 “노래와 더불어 콘서트는 어떤 측면에서는 분명한 창작품”이라며 “대중을 위로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대중가요 공연이 대중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대관과 요율 등의 문제는 재론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부 대중문화산업팀 최진 사무관은 “공연장 관리의 주체가 지자체 등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어 협조 요청에 국한될 때가 많다”면서 “불합리한 구조가 있는지 다각도의 제안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