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세계 최고 개미 권위자가 들려주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개미 이야기

임지영 기자

▲개미언덕
에드워드 윌슨 지음·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448쪽 | 1만8000원

‘퓰리처상 수상 작가, 통섭의 과학자가 쓴 첫 소설.’ 저자의 이력으로만 보면 이 책은 참 거창할 것 같고, 왠지 머리가 아플 것 같은 소설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제목 그대로 ‘개미’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은 개미에 관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다. 개미들이 페로몬으로 알려진 화학물질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걸 처음으로 밝혀낸 것도 그다. 소설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책은 저자인 윌슨의 성장 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둘이다. 개미와 인간 래프. 하나의 카메라는 래프가 어떻게 개미 전문가가 됐는지와 그들을 어떻게 지켜내는지를 담고, 또 하나의 카메라는 개미언덕의 연대기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두 개의 이야기를 조각해 보면 같은 시공간, 다른 관점이 절묘하게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꼬마 래프가 엄마·아빠와 소풍을 갔던 어느 날의 장면이, 개미 연대기 부분에선 처음 보는 크고 움직이는 나무(인간)들에게서 풍성하고 큰 먹을거리(과자 부스러기)를 얻은 날로 그려진다.

[책과 삶]세계 최고 개미 권위자가 들려주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개미 이야기

미국 앨라배마주 노코비 카운티의 작은 마을에 사는 래프는 노코비 숲과 호수가 제일 좋은 꼬마다. 나비 한 마리, 개미 한 마리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잡아서 이리저리 분석해 봐야 직성이 풀리고, 아빠에게서 선물받은 비비탄총으로 평소 잡을 수 없었던 도마뱀, 새들을 기절시켜 가면서까지 궁금증을 해소했다.

고교생이 된 래프는 공원 관리자나 동식물 연구가가 되고 싶어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래프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다. 외삼촌이 법을 공부하면 환경 분야에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꾀었기 때문이다. 결국 래프는 그 지위로 자신이 사랑하는 노코비 숲을 지키게 된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인 ‘개미언덕 연대기’는 래프의 대학 논문으로 시작된다.

큰 줄기는 이렇다. 오솔길 개미 군락의 여왕이 서거했다. 눈치 빠른 이웃 냇가 개미들이 쳐들어 왔고 오솔길 개미들은 맥없이 무너졌다. 어린 일개미들은 붙잡혀 노예가 됐고 나머지는 잔혹하게 살해됐다. 그런데 냇가 개미 군락의 시대도 오래가지 못했다. 개미의 폭발적인 개체수 증가로 거대한 슈퍼 개미 제국이 등장한 것이었다. 이 슈퍼 군락은 쉽게 냇가 개미 군락을 제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이는 나무들이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뿌리고 간 뒤로 슈퍼 개미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후 아주 소규모인 수풀 개미집만이 살아남아 번식을 거듭했는데 이들이 이사한 집이 예전 오솔길 개미들이 살던 집이었다. 이렇게 개미 언덕의 일대기는 완성된다. 하는 일 없이 조직에 붙어살다 일생일대 단 한번의 과업을 마친 수개미에게 누이들이 하는 말은 “다신 돌아오지 말고 나가 죽어”란다. 개미들은 전쟁터에 늙은 여자를 보내고 인간들은 젊은 남자를 보낸다는 이야기 등 팔순 저자의 해학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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