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등 고속 성장 위한 아전인수 댐 건설에 ‘물전쟁’ 일상화

배문규 기자

아시아·아프리카·중동의 물분쟁 ‘격전지’들

급격한 경제성장과 인구폭발로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데 기후변화로 자연환경의 변화가 덮친다면? 결과는 ‘물전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30년이면 전 세계 인구 47%가 심각한 물부족 지역에 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수자원 사용에 대한 요구도 덩달아 늘어나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빚어지는 위기인 셈이다. 개발도상국이 모여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은 물전쟁의 ‘격전지’다. 특히 아시아의 큰 강들은 대부분 분쟁의 대상이다. 중국과 인도라는 두 거인이 고속 성장을 하면서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댐을 짓고, 이 때문에 두 나라 간 혹은 두 나라와 주변국들 간 분쟁이 일상화됐다.

▲ 수자원, 늘어난 인구 감당 못해
2030년엔 세계 47%가 물 부족

▲ 아시아 큰 강들 대부분서 분쟁
중동 문명 발상지도 물 고갈
아프리카 서부는 사막화도 겹쳐

대표적인 것이 브라마푸트라강이다. 이 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히말라야를 가로지르며 남쪽으로 흘러간다. 티베트 사람들은 이 강을 얄룽창보라 부른다. 티베트를 지나 인도의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 접어들면서는 디항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인도의 아삼 지역에서부터는 브라마푸트라로 불리며, 남쪽으로 더 흘러 방글라데시를 지난다. 방글라데시에서의 이름은 자무나 강이다. 이곳에서 이 강은 갠지스와 합류해 거대한 삼각주를 이룬다. 이렇게 2900㎞를 흐르며 여러 나라를 지나는 만큼 분쟁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중국은 이 강 상류에 수력발전용 댐 10개를 건설했으며, 18개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하류에 있는 인도 남동부와 방글라데시로서는 대재앙이다. 두 나라 국민들이 이 강에 사실상 생존을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강 외에도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되는 큰 강 8~10개에 댐을 짓고 있다. 하류로 가는 물줄기를 댐으로 틀어막는다 해도, 중국은 2030년이면 중·동부 지역의 25%에서 물부족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질학자들은 이미 600개 이상의 호수와 황하 유역의 30%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태국·라오스·베트남·중국이 얽혀있는 메콩강 물분쟁도 심각하다. 중국은 메콩강 상류에 거대한 댐 8개를 지었거나 짓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라오스와 캄보디아도 경쟁하듯 메콩강에 댐을 만들고 있다. 외신들은 메콩강과 그 지류에 2015년이면 대형댐이 41개가 될 것이고, 2030년이면 71개나 지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나라들은 경제성장을 위한 에너지원을 확보한다며 댐을 짓지만 강 주변 농민들과 어민들은 댐 때문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 첨예한 종교 갈등이 얽혀 있는 카슈미르에서 물은 또 다른 분쟁거리다. 파키스탄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인도를 거쳐 들어오는 인더스강과 그 지류에 의존한다. 이 나라 인구의 절반이 인더스강 덕에 형성된 펀자브 주의 곡창지대에서 농사를 짓는다. 1960년의 인더스 물협정은 6개 지류의 수자원을 나눠 인더스·젤룸·체나브강은 파키스탄에, 수틀레지·베아스·라비강은 인도에 할당했다. 그런데 인도가 상류에 댐을 짓고 인더스강의 흐름을 바꾸면서 파키스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옛소련에서 갈라져 나온 중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시르다리야·아무다리야강을 둘러싼 갈등이 해묵은 숙제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목화와 밀, 쌀을 재배한다. 상류의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댐을 짓고 수력발전에 나서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물분쟁 지역이다. 터키, 시리아, 이란이 건설한 댐과 관개수로는 하류의 이라크에 영향을 미친다. 비옥한 초승달지대로 불리는 이 지역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였지만 지금은 물 고갈과 오염에 시달린다. 시리아가 아트 타우라댐을 지어 아사드 호수를 채움으로써 유프라테스 수위가 낮아지자 1975년 이라크는 시리아와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다. 현재는 유프라테스의 발원지인 터키가 물을 대량으로 빼내 쓰는 것에 대한 주변국의 불만이 크다.

북아프리카에서는 나일강이 논란의 중심이다. 이집트는 영국 식민지 시대 체결한 수량 배분 협정에 따라 나일강 수자원의 87%를 이용하며, 상류의 댐 건설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등 상류 국가들은 이에 반발하며, ‘나일 유역 이니셔티브’를 통해 불공평한 수자원 이용 협정을 개정하려 한다. 최근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주요 지류인 청나일강에 아프리카 최대 수력발전댐 ‘나흐다’를 짓기로 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아프리카 서부의 가나는 볼타강의 아코솜보댐에 전력 80%를 의존하는데, 부르키나파소가 상류에 관개용수를 얻기 위한 댐을 짓기로 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 사하라 남부 사헬지대가 기후변화로 점점 사막화하면서 이 일대 수자원은 갈수록 줄고 있다. 반면 볼타강 유역 인구는 25년 내 8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 31%가 하루 1달러도 벌지 못하는 이 지역에서, 기후변화에 물부족이 겹치면 빈곤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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